쌀 시장 후퇴 선택한 야당
정황근 “실패 사례 반복될까 우려”
가루쌀 등 정책 성공여부가 관건
야당이 19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의 향후 쌀 정책에 변수가 생겼다. 정부와 여당이 가루쌀(분질미), 전략작물직불제 등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당장 농식품부 쌀 정책이 난관에 봉착했다. 그동안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8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한민국 쌀 시장이 크게 후퇴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날까지 ‘플랜B’는 없다고 강경하게 맞선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매년 초과생산량과 산지쌀값 하락 등이 발생하면 예산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여기에 논에 벼 이외 작물 재배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루쌀’ 생산량도 목표치를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수차례 밝혔다. 시장격리를 의무화 할 경우 쌀 농가는 쌀값과 판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져 쌀 생산유인이 증가하고, 타작물 전화 유도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벼 농사는 재배가 용이하고 소득률이 높아 진입이 쉽다”고 전제한 뒤 “반면 타작물은 가격・판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논타작물 재배를 지원하더라도 농가는 쌀 재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벼 재배면적은 연평균 1만2000ha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8~2020년 연평균 2만6000ha 논타작물재배 지원을 시행했다. 하지만 실제 재배면적은 오히려 연평균 1만ha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2017년 시장격리 이후 쌀값이 상승했고 현장 쌀값 상승기대가 형성되면서 벼 재배면적이 상대적으로 덜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문연구기관에서도 시장격리 의무화가 공급과잉 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경우 초과생산량은 매년 증가해 2030년에는 64만t으로 공급과잉구조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25만t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재정부담 증가도 농식품부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쌀 공급과일 구조가 심화되면 매년 시장격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재정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는 청년농・스마트팜 등 미래 농업에 투자해야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KREI는 “시장격리 의무화시 2030년까지 연평균 1조원, 2030년 1조4000억원 격리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장관도 “현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공익직불금 5조원 확보도 불가능해졌다”며 “시장격리 효과는 쌀에 한정된 반면 공익직불금 혜택은 전체 농가에 돌아가는 점을 고려할 때, 재원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어 “쌀 수급과 가격에 대한 정부개입 영향이 증가해 민간유통 기능이 축소되는 등 시장 기능이 저해될 우려가 크다”며 “또 초과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하기 때문에 고품질 쌀보다는 다수확 품종 생산이 확대돼 쌀 품질 고급화에도 역행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식품부는 앞으로 쌀 이외 작물 재배 지원, 쌀 소비 촉진 등 쌀 수급균형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전략작물직불제, 가루쌀 산업 활성화, 논타작물 시설・장비 지원 등을 추진한다.
정 장관은 “기본적으로 쌀 수급과 유통은 민간유통기능 활성화를 통해 확보할 것”이라며 “나머지는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시 과감한 격리로 시장 안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