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에 매출·영업이익 동반 감소
내년 투자 올해 대비 50% 축소…수익성 낮은 제품은 감산 실시
美, 中 수출 통제 영향은 불가피…"최악엔 장비 매각도 검토"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 제품 수요 부진 영향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으로 미끄러졌다. 회사측은 대내외 위기감을 반영해 내년 투자 규모를 절반 이상 축소하는 한편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국 수출 통제와 관련해서는 연장 유예를 기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 거점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초기술 개발은 지속적으로 추진, 낸드 238단을 내년 중반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보다 7.0% 줄어든 10조9829억원이며 당기순이익은 66.7% 적은 1조1027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15%, 순이익률은 10%에 그쳤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30%였으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번 실적 감소에 대해 회사측은 전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개선했음에도 불구, 원가 절감폭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 영업이익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대내외 환경 불확실성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높은 물가상승, 금리 상승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면서 "D램과 낸드 출하량이 전분기 보다 감소한 데 이어, 가격도 예상 보다 빠르게 하락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로 시황이 개선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수요가 약세인 환경이 펼쳐지면서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 제품 수요가 둔화한 양상을 보였다. 서버도 고객들의 재고 조정 방침에 구매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은 D램이 전분기 대비 20% 가량 하락했고, 낸드(솔리다임 포함) 역시 20% 이상 떨어졌다. 회사측은 올해 D램 수요 성장률(비트그로스, bit Growth)은 한자릿수 초중반선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낸드 역시 한자릿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역시 D램과 낸드 출하량이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측은 "연초 기대와 달리 하반기 메모리 시장은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며 어려운 사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응을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기조는 경기침체 우려를 확대시키며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기간 중 높은 성장세를 보인 IT 제품은 기저효과로 체감되는 수요 감소 속도가 더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하반기께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 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회사측은 "낸드는 서플라이어 수나 가격 탄력성 등을 고려하면 D램 보다 시장 복원 예측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수요 산업별로 보면 PC의 경우, 올해 10% 중반대의 출하량 감소를 예상하며, 내년에도 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스마트폰 역시 한자릿수 후반대로 출하량이 감소될 전망이나 하이엔드 제품 및 플래그십 모델 수요는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진단했다.
서버는 상대적으로 견조하나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 투자 축소 및 재고 조정이 하반기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다만 AI, 빅데이터 분석 등 클라우드 사업 성장과 함께 서버향 메모리가 지속적으로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내년 낸드는 20% 중반 수준을, D램은 10% 초반 수준의 수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주도 제품의 경우, 견조한 판매로 수익 개선을 기대했다. 회사측은 "DDR5는 서버의 경우, 내년도 연간 20% 이상의 비중 차지하며 연말이며 30%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PC는 30% 비중이며 연말에는 그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HBM3의 경우, 전년과 비교해 올해 50% 이상 성장했으며 내년에는 성장세가 더 커질 것"이라며 "LPDDR5는 DDR5, HBM 등과 더불어 사업 안정성 기여에 크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전반적으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 규모를 내년에는 절반 이상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추가 CAPEX(설비투자) 축소도 검토중이나 현재는 50% 조금 상회하는 수준 감소 전망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도 실시한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 낮은 제품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내년 D램, 낸드 웨이퍼 생산량이 감소하고 당초 계획 대비 연말 선단공정 비중도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 주도 제품 및 R&D 등 필수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방침에 대해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회사측은 "중국 우시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반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면서 "미국의 중국향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규제 1년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2020년대 후반 보다 훨씬 더 빠른 시점에 (EUV 관련) 팹(fab)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fab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가정하면 fab을 매각하거나 장비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컨틴전시(비상계획)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내외 어려운 환경에도 시장 선도를 위한 기술 개발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176단의 경우 순조로운 양산 전개를 통해 3분기말 기준 전체 낸드 생산의 60% 수준 도달하고 있다"면서 "238단은 내년 중반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