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중위 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72명에서 32명으로 출범
원전·4대강 전문가에 지역 대표까지
일각선 ‘다양성 부족’ 지적하기도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탄녹위)’로 탈바꿈하면서 55명 위원을 위촉했다. 정부 부처 장관 등으로 구성한 당연직을 제외하면 감상협 민간 위원장을 포함 총 33명 위촉직(민간) 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탄녹위는 1기(탄중위)와 비교해 몸집을 크게 줄였다. 지난 정부 당시 8개 분과에 민간위원이 72명에서 4개 분과 32명으로 절반 이상 감축했다. 일부 위원은 유임됐고 ‘녹색성장’을 포함하면서 원자력 분야와 4대강 전문가 등이 새로 합류했다.
탄녹위 위원 구성의 가장 큰 특징은 탄소중립과 함께 녹색성장에 무게를 많이 실었다는 점이다. 탄녹위 녹색성장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게 김상협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제주연구원장을 거쳐 윤석열 정부 인수위 기획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기후에너지팀을 이끌며 탄소중립·에너지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난 8월 탄녹위에 합류한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성장위원회 공동단장과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을 지내며 ‘녹색성장 정책’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다.
전임 정부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새 정부 의지도 확인할 수 있는 인물도 탄녹위에 몸을 담게 됐다. 바로 에너지·산업 전환 부문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인물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당선 뒤에는 인수위 경제2분과에서 활동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원자력 바로 알리기 운동을 통해 탄녹위(당시 탄중위)의 원자력 배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선임연구원과 같은 부문에 몸담게 된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도 달라진 탄녹위 성격을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출신인 그는 산업 전환 부문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우 상근부회장은 지난 5일 열린 ‘제11차 대한상의 ESG경영 포럼’에서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의 과감한 기술개발 및 투자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모두 필요해 민관이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온실가스 감축 부문에서는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과 교수와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눈에 띈다. 안 교수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감축목표팀장 등을 거쳐 현재 기후환경에너지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탄소중립과 탈석탄을 위해서는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조홍식 교수는 전임 정부에서도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해 온 인물이다. 한국환경법학회장을 역임했다. 외교부 환경협력대사도 거쳤다. 특히 2020년에는 환경부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위원장을 맡아 우리나라의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짜기도 했다.
공정전환·기후적응 분야에서는 이영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이 눈길을 끈다. 탄녹위 최초로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으로 몸담은 바 있다.
탄녹위 관계자는 “새 정부 탄녹위는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지역 뒷받침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알기에 지자체 의지를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이 사무총장이 중앙 정부와 지역 간 가교 구실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현석 부산대 녹색국토물관리연구소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당시 사회정책수석실 환경분과 자문위원, 4대강사업본부 낙동강분과위원장을 거쳤던 만큼 4대강 탄소중립 관련 새 정부 정책에 많은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병기 녹색기술센터 소장(국회기후변화포럼 이사)과 윤종수 세계자연보전연맹 이사는 녹색성장·국제협력 부문에 위촉됐다.
재료공학 박사인 정 소장은 2019년 녹색기술센터 소장 취임 이후 ▲녹색·기후기술 정책 수립을 통한 혁신성장 기여 ▲신기후체제 이행을 위한 국가지정기구 지원 ▲ 녹색·기후기술 공적개발원조(ODA)로 글로벌 포용성장 지원 ▲ 출연(연) 기후기술 허브로서 위상 정립 ▲ 고유임무(R&R)의 확고한 이행기반 마련이라는 5대 핵심 과제 수행을 추진해 왔다.
윤 이사는 환경부 차관 출신으로 한국환경한림원 부회장이다. 그는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소장을 역임(2013∼2018)했다. 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현을 위한 역량개발·연구 사업도 총괄했다. 2020년부터는 세계자연보전연맹 한국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세계자연보전연맹과 국내 회원기관 간의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1기에 이어 이번 탄녹위에서도 계속 활동하게 된 위원은 모두 9명이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 이기택 포항공대 교수, 이규진 아주대 지속가능교통연구센터 교수, 조홍식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승완 충남대 교수, 유가영 경희대 교수, 이선경 청주교대 교수, 정병기 녹색기술센터 소장이다.
한편, 이번 탄녹위 구성에 일각에서는 청년과 노동, 종교계 출신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다양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노총은 탄녹위 위원 명단을 발표한 26일 논평을 통해 탄녹위 구성에 노동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배제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탄녹위는 사회 각계각층 논의 장을 통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함에도 장벽을 치고 문을 잠갔다”며 “(법률에 따라) 위원을 위촉할 때는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