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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캐롯 시즌 한 달➀] ‘허언 되지 않게’ 고양캐롯이 감당해야 할 책무


입력 2022.11.15 11:02 수정 2022.11.15 11:0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농구판 히어로즈’ 꿈꾸며 네이밍스폰서 계약 체결

가입금 미납 등 또 신뢰 깨지면 선수단 흔들-팬들 우려

향후 유치 작업과 신생구단 탄생 걸림돌..책임감 갖고 성공해야

고양캐롯 점퍼스 ⓒ 뉴시스

“새로운 방식의 팀 운영이 성공한다면 KBL 및 프로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난 8월 창단식, 고양 캐롯 점퍼스 허재 공동대표 이사의 말이다.


고양 캐롯 점퍼스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이 2021-22시즌 종료 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탄생한 구단이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대표이사로 세운 데이원자산운용은 “연고지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선언과 함께 프로야구(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의 길을 택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 팀명도 '고양 캐롯 점퍼스'로 정했다.


`네이밍 스폰서` 계약은 구단명에 메인스폰서 기업명을 넣는 방식이다. 프로구단이나 경기장 이름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스폰서 기업의 이름을 붙이는 권리인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는 해외 스포츠계에서는 일상적인 스포츠 마케팅이지만, 프로농구에서는 최초라 화제가 됐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가운데 탄생한 구단은 정규시즌 개막 직전 사고를 쳤다.


지난 10월 정규리그 개막을 눈앞에 두고 고양 캐롯 점퍼스를 운영하는 데이원스포츠는 가입비 1차분 5억원의 첫 납부기한(7일)을 지키지 못했다.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은 긴급이사회를 통해 "가입금 1차분 5억원을 13일 정오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15일 개막하는 정규리그에 캐롯의 출전을 불허한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고양캐롯은 KBL이 제시한 측의 최후통첩일(13일) 전날인 12일 오후가 돼서야 납부를 완료, 한바탕 소란 뒤 리그에 정상 참가했다.


그 과정에서 김승기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도 개막을 앞두고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김 감독은 지난 10월15일 고양체육관서 막을 올린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첫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허재) 대표님이 시원하기 회식비를 주셨다"며 "500만원 중 416만원 쓰고 나머지는 다 선수들 차비로 줬다"고 웃었다.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팀의 미래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희망 섞인 말은 들었지만 외부에서 지켜보는 시선은 여전히 우려로 덮였다. 가입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남은 가입비 10억원은 내년 3월 31일까지 모두 납부해야 하는데 데이원스포츠의 농구단 운영 능력과 신뢰에 흠집이 생긴 상태라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브랜드 홍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 그 일환으로 지난 8월 데이원스포츠가 운영하는 남자 프로농구단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4년)을 체결한 캐롯손해보험도 찝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브랜딩 영역 확대 및 인지도 제고를 위해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던 캐롯 손해보험은 '고양 캐롯 점퍼스'가 가입비 미납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장의 이미지가 손상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한 관계자는 ”이래서 탄탄한 모기업이 없는 신생팀에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겁난다. 기업 내부에서 간신히 마케팅비 확보해서 투여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면 추진한 주체는 뭐가 되나. 신생팀의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고양캐롯 사태는 액수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수익 모델의 선례가 되어야 하는데 사고 사례만 하나 더 늘어난 꼴“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키움 히어로즈와 같은 좋은 사례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 기업에 `네이밍 라이츠`를 내주고 매년 거액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총 500억원을 지급하고 히어로즈구단이 '키움히어로즈'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는 '네이밍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나친 마케팅비 지출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씻어냈다. 기업 내부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히어로즈가 '키움' 이름을 달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그동안 경기만으로도 키움증권은 투자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성적을 올린 덕분에 포스트시즌 경기 횟수가 늘어나면서 '키움'이라는 브랜드는 더 노출됐다.


고양캐롯 점퍼스 허재 공동 대표이사. ⓒ 뉴시스

‘농구판 히어로즈’를 꿈꾸는 고양 캐롯의 성공 여부는 안정적인 운영(수익원)과 성적에 달렸다. 든든한 모기업이 없는 만큼 팀을 안정적 재정 확보를 통해 선수단이 외부적 요인에 동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많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고, 미디어에도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고양 캐롯뿐만 그들의 행보는 모두가 우려와 기대 속에 바라보고 있다. 네이밍 스폰서 계약은 프로구단들의 새로운 수익구조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확실히 자리잡는다면 든든한 모기업인 대기업이 뒤를 지탱하는 다른 구단들과 달리 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고양캐롯은 캐롯손해보험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농구 최초로 네이밍 스폰서를 유치한 데이원스포츠가 만나 만들어낸 팀이다. 대기업이 지원하는 다른 구단과 차별화된 독립법인 형태의 프로구단 모델이라는 특성상 초반의 삐걱거림은 있을 수 있다. 더 이상 신뢰를 잃으면 새로운 모델로서나 선수들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다른 구단들의 스폰서 유치, 더 나아가 유사한 방법으로 창단을 모색하는 주체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범 사례가 된다면, 프로농구판을 넘어 프로스포츠에 또 하나의 선례가 되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만큼 고양캐롯에 주어진 책임과 의무가 크다. 불안불안해도 농구관계자들, 그리고 프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이 고양캐롯을 응원하고 있는 이유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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