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진 감독 데뷔작 '올빼미', 류준열·유해진 주연
김래원·이종석 손 잡은 황인호 감독
팬데믹 이후 관객들은 영화를 기존보다 풍부한 방식으로 즐기기를 바란다. 배우들의 열연과 기발한 발상, 개연성 있는 스토리는 기본이며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험까지 제공해야 문턱 높은 극장가로 관객들을 유입시킬 수 있다.
2022년 상반기 특수 상영 전체 매출액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올해 상반기 특수관 매출은 3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9%(222억 원) 증가 했고, 특수상영 전체 관객 수는 22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9%(145만 명) 늘었다.
23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 신작 '올빼미'와 '데시벨'은 '소리'에 집중해 오감만족을 원하는 관객들의 소비 방식을 맞추려 한 노력들이 엿보여 눈길을 끈다.
류준열, 유해진 주연의 '올빼미'는 소현세자가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한 사극 스릴러다. 맹인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가 입궁한 후, 소현세자 죽음을 목격하면서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사실 경수는 낮에는 맹인이나 다름 없지만 빛이 없어지면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
바람과 촛불마저 사라진 그날, 소현세자가 독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인다. 경수는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온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안태진 감독은 소리를 특화적으로 구성하는 것과 동시에 소리를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를 했다. 주맹증 특성상 불빛이 있는 밤과 불빛이 없는 밤의 화면 톤을 구분하는가 하면, 전체적으로 간접등을 사용하고 색상도 야간 투시경 느낌의 형광색으로 표현했다.
또한 경수의 흐릿한 시선을 구현하기 위해 스타킹과 물 주머니를 사용했다. 주맹증이 빛이 없는 곳에선 보이고 있는 곳에서 보이면 안 보이기 때문에 맹인의 시점인 블랙 아웃이 아닌 화이트 아웃이 스크린에 주로 표현된 것이다.
안태진 감독은 "주맹증 특성상 어두운 장면들이 많다. 극장에서 보셔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거 같다. 소리나, 화면 등 오감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극장에서 관람해 주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데시벨'은 조금 더 직관적으로 사운드에 집중했다. 영화의 장르마저 '사운드 테러 액션극'으로 명명했다. 극 중 폭탄 설계자 태성(이종석 분)은 일정 기준 이상 소음이 측정되면 제한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폭탄을 설계했다. 축구장, 워터파크, 놀이터에 폭탄을 설치해 함성, 호루라기 소리, 아이들의 웃음, 문을 여닫는 소리 등 일상의 소리는 관객들에게는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황인호 감독은 각종 일상 소음과 폭탄 폭발은 물론 소음과 적막을 세심하게 디자인해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에 '데시벨'은 돌비 애트모스 버전으로 개봉된다. 이는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향을 풍성하고 역동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들은 보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소리를 포함해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까지 고민하고 해야 한다. 해야 할 과제들이 늘어가고 있다. '올빼미'와 '데시벨'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줄까. 두 작품 모두 16일 같은 날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