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거대 야당 벽 못 넘는 추경호…“사과 말고 대안 내놔야”


입력 2022.11.15 06:30 수정 2022.11.15 06:3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추 부총리, 국회서 경제 위기 ‘사과’

예산안·세제개편안 국회 통과 요구

극한 대립 속 야당 반대 넘기 힘들어

전문가 “설득 자신 없으면 대안 찾아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성과가 덜 나고 있다는 게 죄송스럽다”다고 사과하자 경제 전문가들은 사과가 아니라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현재 경기 침체 우려에 관해) 지혜가 부족하고 성과가 덜 나고 있다는 게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동시에 국회를 향해서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압박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제위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부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국민에 좋은 경제 모습을 빨리 만들어 드리지 못하는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혜가 부족하고 성과가 덜 나고 있다는 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을) 국회에서 심도 있게, 전향적으로 봐줬으면 한다”며 “정부안대로 하고 그 성과에 대해 2~3년 뒤에 책임을 지라고 해 달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 사과에 일각에서는 거대 야당의 반대라는 현실 장벽을 넘기 힘들다면 대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치 상황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에 야당이 반대하는 세제개편안 통과를 마냥 기다리기엔 경제 침체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주요 지표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6개월째 경기 둔화를 우려할 정도로 물가와 무역, 내수, 고용 등 경제 지표 대부분이 내림세거나 상승 폭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11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면서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계속하고, 경제 심리도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활동 지표를 보면 경기 침체 국면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全) 산업생산(-0.6%)과 소매판매(-1.8%), 설비투자(-2.4%) 모두 전월대비 감소했다. 7월에 이어 두 달 만에 생산과 지출(소매판매·설비투자)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대외무역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10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15대 주요 수출품 중에서 자동차, 이차전지, 석유제품, 자동차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품목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수출이 전년보다 17%나 감소했다.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였던 물가는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5.7%, 5.6%로 오름세가 둔화하는 듯하다가 10월 들어 다시 5.7% 늘어나며 상승 폭을 키웠다.


나름 선방하는 고용률도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함과 동시에 취업자 수 증가 폭은 5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늘어난 취업자 수도 대부분 60대 이상이라는 점은 걱정거리다. 특히 고용시장이 후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도체 등 제조업 경기 침체는 향후 고용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경기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정부 경제 정책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제개편은 국회에서 발목이 붙잡혔다. 정부는 법인세 3%p 인하 등으로 민간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순환한다는 계획인데, 세제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경제 정책 계획 전반이 뒤틀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야당과 감세 정책 효과를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하는 것보다 현실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정 칼날이 야당을 정조준한 상태에서 협조를 기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감세 정책을 고수하려면 경기 침체 국면에서 국민 경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경기침체와 함께 대폭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행 중”이라며 “국민 생활고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자 감세 효과는 굉장히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세수 감소가 언제 회복될 것인지, 앞으로 생겨날 지출의 자연증가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먼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정탁 경제평론가는 “지금은 (감세) 효과를 두고 누가 옳고 그르냐의 싸움은 의미 없어진 상황”이라며 “결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본인들이 기대하는 세수인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회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세제개편에 준하는) 대안을 찾거나, 아니면 여론이라도 지배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정부에 유리한 것 같지 않다”며 “무조건 야당 협조를 구하면서 ‘배수의 진’을 칠 게 아니라 반박하기 힘든 명확한 데이터로 압도하거나, 아니면 다른 노선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