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여개의 섬으로 구성…정부 국토균형발전 의지 강해
수도이전과 연계, 인프라 구축 이점…동남아 시장선점 효과도
현대자동차그룹이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AAM 생태계 구축에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동남아 자동차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공을 들여온 국가이기도 하지만, 인문‧지리적 환경 역시 AAM 생태계를 구축하기에 최적의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지리적 여건=1만8000개 이상 섬으로 구성돼 신속한 시장 형성에 최적
우선 인도네시아가 1만8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AAM 사업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육로 교통이 발달하기 힘들고 선박으로는 신속한 이동이 힘들다.
대체재(代替財)의 부재는 새로운 기술의 연착륙을 이끌게 마련이다. 교통이 발달한 지역에서 AAM은 거점 환승까지 고려한 이동속도가 월등히 빠르지 않으면 육로 교통 대비 비용적 핸디캡을 상쇄하기 힘들지만, 섬과 섬 사이 이동에서는 딱히 경쟁해야 할 대상이 없다.
비행체와 인프라 구축만 이뤄진다면 신속한 시장 형성이 가능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중심으로 추진하던 항공 모빌리티 사업을 올해 초부터 RAM(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AAM으로 업그레이드한 상태다.
국토가 동서로 넓게 분포돼 있고 각각의 섬으로 흩어진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여건을 감안하면 RAM으로의 개념 확장은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정부의 적극성=국토 균형발전 시급…인프라 구축‧법규 정비 등 적극 협조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성도 AAM 생태계 구축에 긍정적 요인이다. AAM 생태계 구축은 비행체 제조사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막대한 인프라 구축과 항공 교통 관련 법규의 뒷받침이 필요하고, 해당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한-아세안센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57%가량이 기존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 섬에 집중돼 있다. 인도네시아 전체 GDP에서 자바 섬이 차지하는 비중도 58.5%에 달한다. 다른 지역은 인구 밀도도 낮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낙후돼 있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는 국토 균형발전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섬과 섬 사이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통해 인구를 분산시키고 저개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어떤 국가보다도 AAM 도입에 적극적이고 협조적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수도이전=현대차 AAM 연계 스마트시티 구축에 최적 환경
인도네시아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 이전을 추진 중인 것도 현대차그룹의 AAM 사업 추진에 있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AAM 생태계 구축 협력 MOU를 체결한 상대는 인도네시아 신수도청이다. 신수도청은 인도네시아 수도를 자바섬의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영토인 동칼리만탄 내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 조직이다.
말레이시아 및 브루나이와 영토를 나누고 있는 보르네오섬은 그동안 인도네시아 정부의 경제 개발 중점 지역에서 벗어났던 곳이다. 새 수도가 건설되는 누산타라 지역은 기존의 도시가 아닌 산림 지역이다. 이곳에서 25만6000ha(약 2560㎢)의 산림 등을 개척해 수도로 조성할 예정이다.
1단계로 2024년까지 대통령궁 및 일부 공무원 조직, 주민 50만명 등의 초기 단계 이전을 마무리하고, 2단계로 2035년까지 국가 신수도를 강력한 핵심 영역으로 구축하며, 3단계로 2045년까지 모든 기반 시설 및 생태계를 개발해 세계 일류 도시로 도약한다는 장기 프로젝트다.
사실상 황무지를 개척하는 사업인 만큼 새로운 인프라를 도입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구도심과의 연계성을 고민할 필요 없이 도시 계획 단계에서 AAM 터미널 등의 인프라를 적용할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Hub(모빌리티 허브)를 중심으로 AAM과 PBV(목적기반모빌리티)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기에도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동남아 시장선점 효과=지리적 환경 유사한 국가 많아
동남아에는 인도네시아와 같이 국토가 여러 개의 섬으로 분리된 국가들이 여럿 존재한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도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AAM과 같은 미래 교통수단 수요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구축한 AAM 생태계가 국토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임이 증명된다면 비슷한 환경을 가진 인접국에서도 뒤따를 여지가 충분하다. 동남아 AAM 시장을 선점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