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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회사' 금융그룹, 낙하산 외압에 '속수무책'


입력 2022.11.16 10:33 수정 2022.11.17 05:5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최대주주 지분율 한 자릿수 불과

관치 논란에 과점 주주 약점 노출

국내 4대 은행 본점 전경. ⓒ데일리안

국내 금융그룹의 과점 주주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 중징계의 배경을 두고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 자리에 정부가 입김을 행사하려는 시도란 논란이 거세지면서다.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금융그룹들은 언제든 낙하산 외압에 아킬레스건을 노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 주주 가운데 두 자릿수 대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사례는 전무하다.


금융그룹별로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를 살펴보면, KB금융의 경우 ▲국민연금(지분율 8.20%) ▲JP모건 체이스 뱅크(5.90%)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6.02%) 등 세 곳뿐이다. 신한금융도 ▲국민연금(8.37%)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5.67%) ▲우리사주조합(5.03%) 등의 지분율만 5%를 넘겼다.


하나금융의 주주 중 지분율이 5%를 넘는 주주는 국민연금(8.40%)과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6.19%) 등 둘밖에 없다.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는 우리사주조합(9.38%)이고, 이밖에 국민연금(7.86%)과 노비스1호유한회사(5.57%)의 지분율이 5%를 넘겼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지분율 5% 이상 주주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결국 금융그룹 주식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는 주주라도 지분율은 한 자릿수 대에 그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금융그룹에 확실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는 최근 손 회장을 상대로 한 금융당국의 제재 결의로 다시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해당 결정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막으려는 외풍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정부 입김에 취약한 과점 주주의 취약함이 재차 드러나는 형국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제재를 의결했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이 해당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적용했던 중징계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연임에 도전하고 있는 손 회장에게 최대 리스크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3년 간 신규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손 회장은 내년 3월까지인 현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할 수 없다. 다만, 손 회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제재 효력을 정지하면 연임에 나설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관치 금융 의혹이 빠르게 확산됐다. 금융위가 1년 반이 넘도록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오다가 손 회장의 연임 직전에 징계 카드를 꺼내 든 타이밍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정치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빠르게 번졌다.


다른 금융그룹들과 마찬가지로 과점 주주 체재 하에서 구성된 우리금융 이사회는 정부의 압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을 선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과점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주주들 대부분이 금융사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주를 제외하면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최대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현실도 부담거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그룹의 주주 구성은 특정 이해관계자가 전권을 휘두를 수 없다는 점에선 바람직한 면이 있지만, 만에 하나 과거처럼 정부가 회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누구도 총대를 메기 힘든 여건이란 점에선 문제를 노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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