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태원 참사 관련 집회에 노란봉투법 등 노동계 구호 등장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후 '떡볶이 먹방' 매체와 무슨 차이?
12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재현 우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노란봉투법 제정하라!” “노동개악 저지!”, “민영화 중단!”
지난 12일 서울 시내 중심가인 세종대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구호들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전국노동자대회’와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의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촉구 집회’가 겹치며 그런 풍경을 만들었다.
이태원 참사와 노란봉투법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해 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 정당 의원들이 제출한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경로로 국회에 제출된 노조법 3조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손해배상이나 가압류 청구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으로, 흔히 ‘노란봉투법’으로 불린다.
경영계에서는 2조 개정안대로 근로자 개념을 확대할 경우 근로자의 범위나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가 모호해지는 등 노사관계 질서가 교란될 뿐 아니라 자영업자 등도 노조법의 보호 대상이 돼 담합행위를 허용하게 되는 등 경제질서 측면에서도 혼란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해 왔다.
3조 개정안 역시 노조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어도 법적 대응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인 재산권‧평등권‧재판청구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된다며 반대해 왔다. 사실상 노조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들고 민주노총이 거리에 나온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어쩌면 민주노총에게 절호의 기회였을지 모른다.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러 나온 이들, 그리고 뉴스를 통해 그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노란봉투법’을 들이밀며 이슈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 8월부터 매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다 이태원 참사 이슈에 편승한 촛불행동 입장에서도 강력한 조직력과 인원 동원력을 보유한 민주노총의 합류를 굳이 만류할 이유는 없었던 듯하다.
이들 나름대로는 꽤 만족스런 조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태원 참사가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에 활용되는 모습은 최근에 있었던 한 불미스런 사건과 오버랩된다.
한 매체가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생방송으로 공개한 직후 떡볶이 먹방으로 광고를 해 논란이 된 일이다. 비극적인 사고를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태원에 노란봉투를 얹은 민주노총이 그들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태원 참사를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는 데 활용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을까.
민주노총은 내달 3일에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다. 집회 명칭은 3주 전과 동일한 전국노동자대회다. 촛불행동은 지난 19일에도 여지 없이 서울 도심을 점령한 채 집회를 열었고,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마다 거리로 나올 기세라 두 집회가 또다시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이태원 참사와 노란봉투의 불편한 공존이 또 다시 재현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