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각 300~600억원 손실
8월부터 손해율 80% 상회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를 1.5% 내리면 관련 매출이 2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손보사가 최근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수익성에 미칠 여파를 둘러싼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돼 오던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본격 악화하기 시작하면서 손보업계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기보고서를 공시하는 8개 손보사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자동차 수입 보험료는 13조8907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험료 1.5% 인하 시 예상되는 자동차 수입 보험료 감소액은 2084억원에 이른다. 보험료가 1%만 내려가도 이들의 자동차 수입 보험료는 1389억원 줄게 된다는 추산이다.
자동차보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은 조사 대상 기간 약 2조원에서 4조원의 자동차 수입보험료를 거둬들였다. 이들의 경우 각 30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 넘게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월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웃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손해율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손해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자동차보험에서는 70% 초중반이 적정 손해율로 평가된다.
지난달 MG손해보험은 115.3%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기록했다. AXA손해보험(96.5%)·하나손해보험(94.7%)은 90%를 넘겼다. 이밖에 흥국화재(88.7%)·롯데손해보험(85.5%)·메리츠화재(85.0%)·DB손해보험(85.0)·KB손해보험(84.5%)·삼성화재(84.0%)·현대해상(82.7%)·한화손해보험(81.8%)순으로 나타났다.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나설수 있었던 건 이전까지 손해율이 낮게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여름방학과 추석 명절이 이어지면서 교통량이 늘어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누적 기준으로는 11곳 중 7곳이 7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가오는 겨울철 자동차 손해율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적 특성상 폭설과 결빙 등으로 인한 차 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보험료를 인하했다가 손해율이 악화된다면 손보사들은 기껏 내린 자동차 보험료를 또 조정하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고통은 고스란히 가입자에게 다시 전해지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과 더불어 손해율 관리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이달 초부터 금융당국과 손보사들은 자동차 보험료 인하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손해율 인하폭과 시기에 대한 결정은 아직이다. 업계에서는 1%대 초반을 예측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일때 적정하다고 보는데 이미 8월부터 이 수준을 넘었다"며 "과거의 데이터를 보고 보험료를 결정하다보니 적절한 시기에 곧바로 적용되지 못하고 시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