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MM 민영화 앞두고 잠재 매수자 접촉…매각 방식 '촉각'
성장동력 필요한 LX…HMM 시너지 가능성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이 민영화 '초읽기'에 돌입했다.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주요 그룹들과 접촉을 시작한 만큼 조만간 지분 매각과 관련해 구체화된 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에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LX그룹도 유력한 원매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물류회사인 LX판토스와의 시너지가 예상되는 만큼 좋은 매물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진단이다.
23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HMM 지분 매각 계획 수립에 앞서 잠재 매수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지분은 현재 산은(20.69%), 한국해양진흥공사(19.96%), 신용보증기금(5.02%) 등이 보유하고 있다.
그간 HMM 인수 후보군으로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SM그룹, LX그룹 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들 대부분은 물류 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해운사와의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업계는 LX그룹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LG그룹에서 분리해 올해로 출범 2년차를 맞은 LX그룹은 주요 기업 지분투자와 더불어 다양한 M&A(인수·합병)에 나서며 가장 적극적으로 외형 확대에 주력해왔다.
LX인터내셔널은 포승그린파워와 한국유리공업 인수를 잇따라 성사시킨데 이어 친환경 물류센터 사업 추진을 위해 자회사 '에코앤로지스부산'을 설립했다. LX판토스는 항공물류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8월 반도그룹으로부터 한진칼 지분 3.83%를 사들였다. 반도체 설계 기업인 LX세미콘도 사업 확장을 추진중이다.
내년에도 LX그룹이 성장동력확보를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HMM 지분 인수를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은 물류 자회사인 LX판토스와의 시너지 차원에서 더 힘이 실린다. LX판토스는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롯데로지스틱스와 같은 2자물류 업체 중 하나로, 해상·항공·내륙 운송 등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해상 물동량은 165만8000TEU(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
여기에 HMM의 해운 인력과 운송 서비스, 네트워크를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 명실상부 국내 최대 종합물류회사로 도약하게 된다. 이는 초대형 물류회사를 꿈꾸는 머스크, MSC, CMA CGM의 움직임과도 일맥상통한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2018년 '스테이 어헤드(Stay Agead)'라는 슬로건으로 종합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공개했다. 미국 물류회사 퍼포먼스팀을 인수하고, 물류자회사인 담코의 공급망 기능을 본사에 통합하는 등 물류서비스 통합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 CMA CGM은 3자 물류회사인 세바로지스틱스 인수를 단행하며 물류 사업 확장에 나섰다. 세바 이전에는 물류기업인 유럽의 도어 투 도어와 인도 물류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물류사업 경쟁력을 확대하기도 했다.
중국 COSCO도 싱가포르 물류기업인 코젠트 로지스틱스 지분 100%를 인수하고 인도네시아 물류기업과 '오션 글로벌 쉬핑 로지스틱스' JV(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해운과 육송을 아우르는 글로벌 톱 종합물류회사 도약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를 인수하게 되면 이전 보다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게 될 뿐 아니라 화물 예약부터 배송까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가 가능해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영화를 앞둔 HMM도 비슷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HMM은 대형 선사들의 사업 확장 움직임에 발 맞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해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철도 운송 등에도 투자해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주주가 정부와 공공기관으로 구성돼있는 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산은 등이 2025년까지 HMM을 민영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해운 사업 외에 다른 영역까지 투자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결국 매각 이후에나 사업 영역 확대를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니즈를 이해하고 적기에 투자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인수자가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LX그룹이 적격이라는 진단이다.
HMM이 지분 매각 절차를 밟게 되면 성장동력 확대가 시급한 LX그룹과 종합물류회사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한 HMM이 니즈가 맞물려 시너지를 최대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항공-해운-육상사업을 두루 아우르고 있는 LX판토스로서는 '퀀텀 점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인수 논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LX와 HMM이 손을 잡는다는 것은 대형사간의 합병 이슈인만큼 동종업계가 반발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관련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HMM 민영화는 예고된 수순이나, 해운-물류 산업 발전 방안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인수 계획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X측은 "HMM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