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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줄줄이 단기차입 확대...유동성 확보 속도 낸다


입력 2022.11.23 15:13 수정 2022.11.23 15:19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1조 클럽’ 사라질 위기...PF발 자금 경색까지

증액 통한 유동성 확보 전력...보유자산 매각도

“자산 건전성 증명해야...신용도 차별화 요인”

올해 부동산 시장 조정 및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악재 등이 잇따르면서 증권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 속 자금 시장 경색까지 맞물리면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기차입금 한도를 증액하거나 보유 중인 자산을 매각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는 모습이다. 이번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 역량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요 증권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모두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미래에셋증권이 9790억원으로 추정됐고 NH투자증권(5192억원)·한국금융지주(8626억원)·삼성증권(6973억원)·키움증권(6800억원)도 시장 예상치가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올해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선방한 메리츠증권도 전년과 비교해 0.20% 감소한 9470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에는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 5곳이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올해는 1조원대 진입에 그나마 근접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한두 곳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 거래 둔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위축으로 3분기까지 실적이 반토막 났다. 지난 5년간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영업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위험까지 겹쳐 자금 경색 위기가 커졌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내놨지만 기업어음(CP)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월 이후 1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우려는 여전하다.


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증권사들은 최대한 자금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증권사 6곳은 운영자금 조달 등 목적으로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렸다.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도를 상향한 것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17일 CP 발행 한도를 늘리면서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7조5900억원에서 8조5900억원으로 1조원 증액했다. 지난 14일에는 한화투자증권이 기존 3조9219억원에서 4조4219억원으로 5000억원, 유진투자증권이 1조2500억원에서 1조5500억원으로 3000억원 늘렸다.


현대차증권과 BNK투자증권도 지난 4일과 지난달 31일 각각 3000억원, 800억원 한도를 높였다. IBK투자증권 역시 지난달 28일 단기차입금 한도를 5000억원 늘렸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연달아 단기차입금 증액을 결정한 건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이후 처음이다.


다올투자증권은 태국 현지 법인 ‘다올 타일랜드’ 지분 69.9%를 1000억원대에 매각하기 위해 국내 금융지주 등과 접촉하고 있다. 회사측은 불안정한 금융 환경에 대비해 선제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유동성 우려가 장기화 되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 증명이 향후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F 조달 비용 상승으로 신규 딜이 부재하고 기존 딜의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증권사들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성비율, 조정 유동성 비율, 채무보증·자기자본 비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투자자산의 건전성 저하는 증권사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내 평판 저하로 인해 사업기반 역시 훼손시킬 수 있다”며 “이는 증권사의 신용도를 차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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