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로만 5천억 늘어
취약차주 금리 리스크 '암운'
국내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가 이를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금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만 5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에서 대출 부실이 꿈틀대고 있는 현실은 경기 침체의 그늘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 계속 불어나는 이자로 인해 취약차주를 둘러싼 불안은 더욱 확산돼 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보유한 여신에서 발생한 연체액은 총 2조9772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보다 22.8%(5528억원) 늘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연체액이 492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5.9%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의 연체액은 1847억원으로 2.6%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큰 편이었다. 다음으로 웰컴저축은행의 연체액이 1442억원으로 50.6% 늘며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1429억원) ▲페퍼저축은행(1404억원) ▲애큐온저축은행(1101억원) ▲상상인저축은행(913억원) ▲모아저축은행(844억원) ▲JT친애저축은행(810억원) ▲대신저축은행(731억원) 등의 여신 연체액 잔액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결국 저축은행 대출을 상환하는데 곤란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제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이 많은 특성을 감안하면 그 만큼 취약차주의 고충이 크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 중 상당수가 다른 여러 금융사에서도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라는 점은 우려를 더욱 키우는 지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자 가운데 22.4%는 세 곳이 넘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조사됐다. 특히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 중 잔액 기준으로는 76.8%가, 차주 수 기준으로는 69.0%가 다중채무자였다.
저축은행업계가 파이를 키워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문제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둘러싼 PF 대출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이자가 비싸질수록 여신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한은은 올해 4월부터 이번 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부실이 아직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여신 관리에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