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반대하는 ‘백지 시위’를 봉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도심을 중심으로 공안(경찰)을 대거 배치해 시위자들이 집결하는 것을 막고 시위 관련 정보·소식을 접할 수 없도록 인터넷 여론도 차단하고 있다. 특히 시위 참가자들에게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정신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이날 베이징과 상하이, 저장성 항저우 등 코로나19 방역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도시들에서 시민들의 휴대폰 검사를 시작했다. 휴대폰에 인스타그램, 트위터, 텔레그램 등 외국 소셜미디어(SNS)가 설치돼 있는 이들에겐 경고를 하는 등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일부 공안은 시민들에게 시위 사진을 삭제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며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불심검문은 길거리와 버스정류장, 쇼핑몰 입구 등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졌다.
이날 밤 베이징 량마허 일대에는 아름다운 조명을 감상하며 산책하는 시민들 대신 공안들로 가득찼다. 공안 당국은 거리 경관 조명을 끄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불시에 신분증 검사를 벌였다. 스마트폰에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 외국 소셜미디어(SNS)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는지, 외국 SNS를 이용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깔았는지 등도 확인하기도 했다.
량마허 일대는 2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화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라거나 "문화혁명 2.0을 끝내라"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며 '백지 시위'를 벌였던 곳이다.
공안은 시위 참가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량마차오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은 경찰의 전화를 받지 않자 경찰이 그녀의 친구 집으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그녀는 “경찰이 내 친구 집으로 찾아가 량마허에 갔었는지 물었다”며 “어떻게 알고 시위 현장에 갔는지 사람은 얼마나 많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캐물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직전 “핵산 검사(중국의 코로나 확진 여부 검사) 말고 밥이 필요하다”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필요하다” “노예가 되지 말고 공민이 되자”고 현수막이 내걸렸던 베이징 쓰퉁차오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시위도 공안의 삼엄한 경비 탓에 무산됐다.
백지 시위에 불을 당긴 상하이에서는 우루무치 거리를 중심으로 차단벽이 설치됐고 후베이성 우한 일부 도로에는 차벽이 세워졌다. 시위 규모가 가장 컸던 저장성 항저우시에서도 수십대의 경찰차가 시위 시작 전에 투입돼 참가자들을 강도 높게 통제했다.
중국 당국의 단속은 온라인상으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웨이신이나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 시위 관련 게시물을 검열하는 것은 물론 트위터와 같은 외국 SNS에서 여론을 오염시키는 식이다.
CNN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트위터에서 주요 시위 장소를 검색하면 엉뚱한 포르노·스팸 게시물이 뜨는 사례가 급증했다. 예컨대 중국어로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규모 시위가 열린 곳들을 검색하면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선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이나, 무작위로 아무 말이나 늘어놓은 스팸 트윗이 주로 뜬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된 화재 참사 장소인 ‘우루무치’를 검색하면 성매매를 암시하는 데이트 스팸 트윗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트윗을 올리는 계정들은 초 단위로 트윗을 쏟아낸다. 다른 계정을 팔로우하지도 않고 팔로워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진짜 사람이 운영하는 계정이 아니라 당국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자동화 기술로 생성한 ‘봇'(가짜 계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탠퍼드 인터넷 관측소(SIO)의 알렉스 스타모스 소장은 베이징을 검색했을 때 뜨는 트윗의 95% 이상이 봇 계정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 70% 이상은 최근에야 활동을 개시한 신규 계정이라고 지적했다.
봇들은 시위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코로나 관련 정보들도 검색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는 민간기구 ‘그레이트파이어’의 창립자인 찰리 스미스(가명)는 “신장 주변뿐만 아니라 현재 중국과 관련한 민감한 이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주말에 거리 시위를 한 도시 말고도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한 도시명을 검색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차단하는 것 외에도 중국인들의 눈을 가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중국 정부가 국내 매체를 엄격하게 검열하기 때문에 시위자들이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 서구 서비스에 접속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