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크로아티아에 밀려 조 3위로 탈락 확정
끝내 봉합되지 않은 선수단 내 파벌 및 지역 갈등
우승도 충분히 가능했다던 벨기에 축구가 결국 빈손으로 '황금 세대'를 마감할 전망이다.
벨기에는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 F조 최종전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1승 1무 1패로 조별리그를 마친 벨기에는 모로코(2승 1무), 크로아티아(1승 2무)에 이어 F조 3위에 그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던 벨기에다. 캐나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서 1-0 승리했던 벨기에는 모로코전에서 0-2 패하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패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내분’에 휩싸인 벨기에 대표팀이었다.
전력을 추스른 벨기에는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무득점에 그쳤고, 모로코의 선전 속에 조 3위로 처지며 짐을 싸게 됐다.
90년대까지 유럽 축구의 중위권 팀에 불과했던 벨기에는 2000년대 들어 유소년 육성에 나섰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위를 시작으로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른 바 ‘황금세대’의 시작이었다.
2010년대 접어들어 특급 유망주들의 프로 진출이 이뤄졌고 이들이 각자 소속팀에서 핵심 전력으로 자리를 잡으며 본격적인 벨기에 축구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이때 등장한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에덴 아자르를 시작으로 케빈 더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 티보 쿠르투아, 빈센트 콤파니, 얀 베르통언, 마루앙 펠라이니, 토비 알더베이럴트, 드리스 메르텐스, 크리스티안 벤테케, 디보크 오리기 등 이름만 들어도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선수들이 스쿼드를 채워나갔다.
2015년 처음으로 FIFA 랭킹 1위에 올랐던 벨기에는 2017년 잠시 5위로 내려앉은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최상단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즉, 벨기에 축구의 황금기가 약 7년간 이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 2018년 러시아 월드컵서 3위에 그쳤던 벨기에는 급기야 유로 대회에서는 두 대회 연속 8강에 그치며 매번 빈손으로 짐을 싸야 했다.
벨기에 황금 세대가 우승까지 도달하지 못한 요인으로는 끝내 봉합되지 않은 선수들 간의 갈등이다. 벨기에는 지역 간 언어가 다르고 경제력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지역 감정이 심한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축구대표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선수들이 소집될 때마다 파벌이 형성됐고 쌓이고 쌓였던 불만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