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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다시 열린 한일 바닷길, 오사카-부산항로에 몸을 싣다


입력 2022.12.02 10:00 수정 2022.12.02 10:00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2년 7개월만에 첫 운항 재개, 주 3일 계획

해수부·선사·여행업계·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두~둥, 2년 반 만에 한-일 바닷길이 다시 열렸다.


2020년 3월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일본의 전면 입항금지 조치 이후 끊겼던 한-일 여객항로가 다시 본격화된 것이다.


한-일 바닷길은 지난 11월 4일 후쿠오카와 부산항을 운항하는 노선을 시작으로 오사카와 부산 항로가 두 번째로 재개를 결정해 시범 운항을 마치고 11월 30일 첫 운항을 나섰다.


오사카항에서 출항을 앞두고 고객 승선을 기다리는 팬스타 드림호 ⓒ데일리안
부산항으로 가는 배에 탑승하는 승객들 ⓒ데일리안

30일 오후 오사카 항만에서 입항 수속을 마친 120명의 승객들을 태운 팬스타 드림호에 함께 승선했다.


아직까지는 코로나19 방역체제에 있다 보니 제한적인 승선 인원이지만 단계별로 완전 재개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로는 주 3회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팬스타 드림호는 팬스타라인닷컴에서 운영하는 국적선사로, 총 t수가 2만1688t, 정원이 545명, 데일리 화물을 싣고 한일 간을 오가는 제법 규모가 큰 여객선이다.


2002년 4월부터 운항을 시작해 올해로 20년째 오사카와 부산을 안전하게 오가고 있다. 코로나19發 운항 금지로 여객은 잠시 끊겼지만 화물 운송은 계속됐다.


코로나19 의심환자 발생에 대비한 선내 격리공간 ⓒ데일리안

1층과 2층 객실을 비롯해 면세점·편의점·식당·사우나·노래방·카페·오락기기 등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고, 무엇보다 혹여나 있을 선내 코로나 감염 의심환자를 위한 격리공간과 이를 돌볼 자격을 갖춘 인명구조 요원이 배치 중이었다.


안전점검을 마친 팬스타 드림호는 오후 4시경 오사카항을 나섰고 출발을 알린 선내에서는 안전교육이 실시됐다.


김성율 팬스타드림호 선장 “더이상 쓸쓸하지 않아도 돼, 너무 기분이 좋다”

팬스타 드림호의 김성율 선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객선 전문 선장이다. 경력 20여 년의 김 선장은 팬스타에서 13년째 여객선을 운행하고 있으며 2002년 출항 때부터 부산-오사카 항로와 함께한 약 1만 번의 무사고 으뜸 선장이다.


이날 재개된 첫 운항도 김 선장의 지휘하에 일사불란하게 진행됐고, 선장 역시 첫 운항 재개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에 차 있었다.


선내 운항실에 마련된 브리지(선교)에서 만난 김 선장은 “그간 코로나19로 고객 없이 2년이 넘게 화물 운송만 해오다 보니 외롭고 쓸쓸했는데, 운항 재개로 승객들을 모시고 운항하니 너무 기분이 좋고 설레인다”면서 “다시 승선하시는 여객들을 이곳에 모시고 밖의 명소도 설명해드리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고 말했다.


팬스타 드림호 김성율 선장 ⓒ데일리안
배 선교에서 바라본 세계 최장 현수교 ⓒ데일리안

마침 운항실 브리지에서 노을진 바다를 바라보니 세계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며 고베와 아와지섬을 연결하는 현수교인 아카시해협 대교를 조망할 수 있었다. 최장길이 4Km로 거대한 위용으로 교각과 어우러진 풍광이 장관을 이뤘다.


하지만 베테랑 김 선장도 대한해협으로 들어서기 전 이어진 길고 좁은 해역과 현수교를 지날 때면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안전 운항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만큼 신중함이 느껴졌다.


바다 풍경을 만끽할 즈음, 저녁식사 시간을 알리는 선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간단한 개인방역 수칙을 지켜야 했지만 국적선답게 K-FOOD로 구성된 식단에 승객들의 만족감은 큰 듯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60대 김 모씨 부부는 “비행기와는 달리 선상 여행은 자유롭고 천천히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면서 “다시 운항 재개 소식을 듣고 이번 여행을 계획했는데 모처럼 여행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선내에서 만난 일본인 여행객들도 들떠 있었다. 또래 친구들과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 관광을 위해 배를 탔다는 20대 여성들 중 한 승객은 한국 유학 경험이 있다며 한국말 의사소통이 가능해 친구들의 부산여행 가이드를 자청했다.


다양한 선상 이벤트로 즐거워하는 승객들 ⓒ데일리안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관광을 계획했다는 일본 관광객 ⓒ데일리안

잠시 휴식시간을 두고 두 번째 방송은 선내 이벤트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프런트 옆 식사장소는 이내 공연장이 됐다. 전문 사회자의 진행과 공연, 흥겨운 음악, 관객의 박수, 중간중간의 퀴즈와 경품행사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바닷길 여행 매력에 빠진 사람들 “다음은 크루즈선이다”

흡사 크루즈 여행의 한 면을 보는 듯 분위기는 고조됐고 모두들 흥겨워했다. 광주에서 온 단체모임 승객은 “다음에는 크루즈선을 타보겠다”며 적극적으로 여행 일정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자정을 지나 새벽쯤 이르자 조금씩 배가 흔들렸다. 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오사카에서 대한해협으로 나가려면 좁은 해로를 지나는 대신 파고가 거의없는 잔잔한 바다 덕에 비교적 배의 움직임이 덜하지만 이를 벗어나 망망대해로 나가면 그날의 풍속에 따라 풍랑이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이날은 썩 좋지 않은 기상상황에 파고가 약간 높은 상황으로 여객선은 흔들렸지만 선상예보 상 기상여건이 좋아지는 추세임에 따라 큰 불편함은 없었다.


365마일, 18시간 장도(壯途)의 길이지만 밤새 도란도란 추억을 나누고 한밤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부산항의 전경이 펼쳐진다.


첫 운항을 순항한 팬스타 드림호는 12월 1일 오전 10시 30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했다.


이날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한일 국제여객선 운항이 2년 7개월만에 재개된 만큼 이목은 집중됐다. 건강상태질문서와 세관신고서를 작성한 후 승객들은 하선했고 이를 기념한 환영행사도 이어졌다.


‘어서 오이소, 환영합니데이~’ 오래 기다린만큼 환영행사도

첫 운항 재개에 환영 손 피켓으로 하선객을 맞는 부산 사람들. ⓒ데일리안
첫 하선객인 나가야마 토시이치 씨 부부가 송상근 해수부 차관의 꽃목걸이와 선사의 무료 승선권을 받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첫 하선객인 나가야마 토시이치 씨 부부가 송상근 해수부 차관의 꽃목걸이와 선사의 무료 승선권을 받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첫 하선객인 나가야마 토시이치(80) 씨와 나가야마 에이코(79, 여) 씨, 일본인 노부부에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들 일본인 노부부에는 팬스타 부산-오사카 무료 승선권도 경품으로 주어졌다. 나가야마 토시이치 씨는 “한국은 제2의 마음의 고향으로 6개월 내지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에 방문해왔었다”며 “그간 코로나19로 오지 못했을 때도 언제 갈 수 있는지 선사에 문의를 여러번 했고, 한일 운항 재개 소식에 뱃길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위기의 파도를 넘어 희망의 부산항으로~’라는 문구를 내걸은 환영식에는 송상근 해수부 차관을 비롯해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오스카 츠요지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총영사, 김현겸 팬스타라인닷컴 회장 등도 자리해 한일 국제여객선 운항 재개에 힘을 보탰다.


송상근 해수부 차관은 한일 여객항로 재개가 갖는 의미와 관련해 “코로나19가 발생되기 전 한일 여객선 이용객은 연간 약 95만 명으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이번 여객선 운항 재개로 그동안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온 여객선사와 관련업종은 물론, 침체된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특히 우리 해운업이 민간교류 촉진과 한일 우호관계 중진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또한 송 차관은 “여객선사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항만시설사용료를 감면하고 경영안전자금도 지원하고 있다”며 여객 편의를 위해 노후 터미널 인프라 개선, 신규항로 개설, 관광상품의 다양화 방안 모색, 승선 체험단 운영 등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수부는 선사들이 선박을 건조하거나 중고선을 매입할 경우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지분을 참여하거나 금융대출 보증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적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도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으로 2025년 신조를 계획하고 있다. 팬스타 관계자는 “앞으로 여객선 수요가 증가할 경우를 위해 좀 더 나은 시설과 서비스를 위한 배를 새로 건조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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