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전 부장검사 무죄 선고 이틀 만에 1심 재판부에 항소장 제출
공수처 "항소이유 아직 전부 작성되지 않아…항소이유서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
공수처 1호 기소 '스폰서 검사' 사건 무죄…1심 재판부 "향응 수수, 직무 사이 대가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후 처음으로 기소한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같은 달 9일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지 이틀만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1심 판결에 대해) 사실관계와 법리적 다툼이 있어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항소이유가 전부 작성되지 않았고, 항소이유서가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며 자세한 항소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은 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이다. 지난 3월 공수처 수사2부가 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과거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 시절이던 2015∼2016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 대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093만 5000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함께 기소된 박모 변호사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지난달 9일 선고공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의 금품·향응 수수와 검사로서의 직무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7월 27일 박 변호사에게 1000만원을 빌린 후, 같은 해 8월 2일 이를 모두 갚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장검사가 향응을 수수할 당시에는 예금보험공사에 파견 중이어서 박 변호사 사건 처리에 관한 직접적 권한이 없었다"며 "또 김 전 부장검사가 당시 합수단 소속 다른 검사들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연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개인적 친분에 따라 술을 자주 마셨고, 김 전 부장검사도 박 변호사에게 향응을 제공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과거 검찰에서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019년 10월, 경찰에 고발장이 새로 제출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고, 공수처는 자체적인 수사를 거친 뒤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무죄 판결 이후 "정치적 계산과 조직 논리에 따라 수사, 기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혀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공수처는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 판단 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