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NSFR 일제히 하락
금융당국 주문까지 '숙제'
국내 5대 은행의 자금 조달 안정성이 올해 들어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금리가 치솟으면서 금융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제1금융권인 은행까지 밀려드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금 조달을 둘러싼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중고를 안기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07.8%로 지난해 말보다 2.5%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은행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그 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NSFR은 은행으로 하여금 영업에 필요한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하도록 유도해 자금 조달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제도다. 안정자금 가용 금액을 안정자금 조달 필요 금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은행별로 봐도 상황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나은행의 NSFR이 105.3%로 같은 기간 대비 1.2%p 낮아지면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106.1%로, 우리은행은 106.4%로 각각 3.9%p와 2.0%p씩 해당 수치가 하락했다. 국민은행도 109.4%로, 농협은행은 111.7%로 각각 4.8%p와 0.7%p씩 NSFR이 떨어졌다.
은행의 자금 조달 압박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의 강도 높은 통화정책 긴축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금을 모으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함께 불어나면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행보는 한층 공격적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달에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사상 유래 없는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이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로 올라섰다.
더욱 문제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금 조달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와 저축은행 등의 유동성 가뭄이 더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이 시중 자금을 너무 많이 흡수해가면, 보다 기초체력이 취약한 2금융권의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권에 채권 발행 자제령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채가 금리까지 오르면서 시장 자금을 빨아들일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채권 발행이 사실상 막힌 은행들로서는 예·적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금융당국이 브레이크를 걸면서 은행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자금 확보를 위한 은행 간 수신 금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시중 유동 자금이 은행에 쏠리자, 예·적금 이자율을 지나치게 올리지 말도록 주문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강경 행보에 은행들 사이에서는 당혹스러운 반응도 새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2금융권의 사정이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 조달 환경도 악화되는 상황에서 은행권만 압박하는 건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