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피해액 4조원 달해
화물연대는 빈손으로 돌아갔지만
기업·국민들에는 상처 남겼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6일간의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화물연대는 얻어낸 것 없이 빈손으로 돌아갔지만, 국내 산업계 이곳 저곳에는 생채기가 남았다. 국민들도, 비조합원도,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들의 마음에도 멍울이 맺혔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가 입은 피해는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업계는 직원이 신차를 직접 운전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로드탁송으로 하루 4~5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불과 16일만에 80억원을 썼고, 타이어업계 출하량이 크게 줄면서 일부 기업은 감산까지 내몰렸다.
석유화학업계도 1조35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철강업계는 1조5000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시멘트업계가 입은 피해도 119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6일의 파업으로 산업계 곳곳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피해를 입은 것은 비단 기업뿐이 아니다. 국민들은 전국 곳곳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수 없게 됐고, 1년을 기다려 받은 신차는 끌어보지도 못한 채 주행거리가 늘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파업'이라는 화물연대의 명분은 설득력을 잃었고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은 먹고 살 생활비를 벌려다 운전 중 쇠구슬과 돌멩이를 맞아야 했다.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비난과 폭행은 그 어떤 것으로도 치유되기 어렵다.
갈수록 팽팽해지는 집행부와 정부의 갈등에 다시 업무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어진 다수의 화물연대 조합원도 이번 파업의 피해자인 것은 마찬가지다.
61.8%의 찬성으로 파업 철회를 결정했지만 저조한 투표율은 화물연대 내부 분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9일 화물연대가 진행한 총파업 철회 투표의 투표율은 13.6%에 그쳤다. 애초에 정부가 제시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마저도 이제는 물거품이 됐다.
16일 간 멈춘 화물차에 국내 이곳 저곳에는 피멍이 들었는데 책임을 물을 곳도 없다. 파업의 주체인 화물연대는 파업권과 쟁의권을 내세우며 발을 빼고 있고,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손실 보상을 어디서 받아야 할 지 알 수 없어졌다.
화물연대 집행부는 이번 파업으로 안전운임제 뿐 아니라 그들에게 힘을 실었던 조합원의 신임까지 잃었다. 화물연대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거부하고 정부에 팽팽히 맞선 것인지, 집행부의 욕심과 독자적인 판단에서 '대장 노릇'을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국민들은 왜 등을 돌렸는가. 이번 파업에서 많은 국민들은 강경 대응으로 맞서는 정부에 지지를 보냈다. 정부와 의견이 충돌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어렵더라도, 이번 파업이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국민의 공감은 살 수 있어야 했다.
화물연대 집행부가 이번 파업에서 얻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분명한 것은 오늘도 그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의 잔해를 피해 기업들과 상처로 얼룩진 조합원들이 열심히 치우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