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일당 '빌라의 신'과 임차인 연결…보증금 55억 편취
'빌라의 신'과 임대차 계약 맺은 임차인들, 보증금 못 돌려받아
경찰 "전세사기 주범과 공모, 무자본 갭투자 분양구조 설계한 핵심 피의자…향후 수사 확대 계획"
공인중개사 등 전세사기 가담한 200여 명도 검거
경찰이 주택 3400여 채를 소유하며 조직적으로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빌라의 신'을 수사 중인 가운데 이들 일당의 범행을 도운 분양업자들을 구속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분양대행업자 A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 등은 신축 오피스텔의 분양대행업을 하면서 전세를 구하는 피해자들을 '빌라의 신'으로 불린 B씨 일당에게 연결해주는 수법으로 임차인 24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55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B씨 일당은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속칭 '무자본 갭투자'를 해왔다. A씨 등은 B씨 일당과 이 사건 피해자인 임차인 사이에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 일당은 A씨 등이 섭외한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대차 보증금으로 오피스텔 분양 대금을 낸 뒤 건축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았고, 임차인들은 결국 B씨 일당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셈이 됐다.
이에 A씨 등 분양대행업자는 1천만∼2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겼고, B씨 일당은 분양가보다 많은 임대차 보증금을 받아 소유권 취득은 물론 300만원 상당의 취득세·등기비까지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아무 자본이 없는 B씨 일당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차인들은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구속한 분양대행업자들은 전세사기 주범들과 공모해 '무자본 갭투자' 분양구조를 설계한 핵심 피의자"라며 "향후 수사를 확대해 전세사기 범죄를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사 인력 170여 명으로 꾸린 전세 사기 전담 TF를 구성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월 B씨 일당 중 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밖에 B씨 일당의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업자, 브로커 등 200여 명을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