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아 투자 재개 검토
위험 관리 강도 크게 강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이 다시 열린다. 치솟는 금리와 그에 따른 돈맥경화로 최근 들어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져 왔지만, 해가 바뀌면서 금융사들이 속속 부동산 PF 대출 재개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다만 리스크 관리 강도가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지고, 특히 신규 개발 사업에 대한 자금 투입은 여전히 꺼리는 곳들이 많아 당분간 부동산 PF 시장의 한파가 해소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연기금·상호금융·보험사·저축은행 등은 이르면 이번 달부터 시작해 통상 올해 1분기 중을 목표로 부동산 PF 등 대체투자 재개에 나설 예정이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주요 대형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식으로 사실상 부동산 PF의 문을 닫아 왔다. 시장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른 데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유동성 경색이 벌어지면서 자금 공급처를 찾기 어려워진 탓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한파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대출에 따른 위험이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새해 사업 계획을 짜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기류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금융사에서 투자 수익의 중요성이 계속 부각되는 상황에서 마냥 부동산 PF에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다.
우선 시중은행들 중에서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번 달 안에,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안에 부동산 PF 대출을 포함한 대체투자를 다시 확대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올해 1분기에, IBK기업은행은 내부 인사가 마무리 되는 다음 달을 기점으로 삼고 관련 신규 투자를 검토할 방침이다.
은행권과 함께 부동산 PF의 큰 손으로 거론되는 연기금과 상호금융도 분주한 모습이다. 군인공제회와 경찰공제회, 과학기술공제회 등은 모두 올해 1분기 안에는 투자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건설공제조합은 올해 1분기 상황을 보고 2분기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오는 2월 중에, 신협중앙회는 올해 상반기 중 대출 확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밖에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NH농협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SBI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이 빠르면 연초부터, 늦어도 상반기 중으로 해당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PF 대출 재개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금융사들은 외부 기관과 연계된 보증서 대출을 위주로 취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신규 개발 사업보다는 담보 대출에 우선순위를 설정해 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높아진 금리도 걸림돌이다. 금융권에서는 비교적 조달 금리가 낮은 시중은행도 부동사 PF 참여 시 7%대의 수익률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더 많은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개발 PF에는 이보다 최소 2%포인트 이상의 추가 수익률을 설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래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하다가 하반기부터는 투자를 재개하는 기관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체적으로 투자 리스크 기준이 강화되는 가운데 현금흐름이 명확한 담보 대출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