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1조1460억원 증가
경기 악화에 부담 가중 우려
생명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이 최근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며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자 가입된 보험을 담보로 하는 생계형 대출이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다만 보험료와 이자를 함께 내는 부담이 쌓일수록 결국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의 보험약관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9조5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조1460억원) 증가했다.
보험약관대출은 가입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가 내 주는 대출을 말한다. 통상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지환급금의 80% 내외에서 약관 대출이 이뤄진다. 이에 보험약관대출은 자신이 미래에 받을 보험금을 당겨 쓰는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생보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약관대출 보유량이 15조5450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한화생명이 7조2731억원, 교보생명이 6조3450억원으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어 신한라이프(5조558억원)·NH농협생명(3조5573억원)·미래에셋생명(1조4075억원)·KDB생명(1조1013억원)·푸르덴셜생명(1조460억원)의 약관대출도 조 단위로 집계됐다.
이처럼 생보사 약관대출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건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을 일컫는 3고(高)악재에 따른 서민 경제 한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손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약관대출에 손을 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약관대출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보험 계약을 깨려는 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상품이다. 긴급자금이 필요하거나 보험료 납입의 어려움 등으로 보험계약을 중도 해지하기 보다는 일단 약관대출이나 중도인출 등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 보는게 좋다는 조언이다.
계약을 해지하면 지급받는 해약환급금은 사업비 등 차감으로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거나 없을 수 있고, 향후 보험사고 발생 시 보장을 받을 수 없어 더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료와 이자를 이중으로 내야하므로 부담이 커지면 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해지 전 최후의 보루로 쓰이는 만큼 보험사들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대출 규제로 서민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도 약관대출에 대한 관심이 컸다"며 "보험사와 상품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금융사의 대출과도 비교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