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한 친구와 음악적 취향이 비슷해 베스트 프렌드가 됐던 경험이 있다.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갖는 것도 쉽지 않은데, 거기다 취향까지 비슷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출신 백서현, 정다인이 밴드 ‘음성녹음’으로 뭉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단순히 취향 공유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함께 곡을 쓰며 서로의 곡을 나눴다. 각자의 휴대전화 속 ‘음성녹음’ 파일에 저장되어 있던 음악들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꿈을 꾸게 됐고, 지난해 7월에는 데뷔라는 작은 꿈을 이뤄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두 번째 싱글 ‘마지막 곡’을 발매하면서 데뷔 곡과는 또 다른 색의 음악을 선보였다.
-지난해 7월 데뷔했어요, 축하합니다!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감사하게도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모든 게 처음이었던 저희가 탈 없이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악기 녹음을 받는 일, 믹싱 및 마스터링을 거치는 일, 앨범아트 및 뮤비 준비 그리고 프로필 사진을 찍는 모든 과정에 도와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저희도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 앨범을 발매하고, 음원 사이트에 저희가 쓴 곡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는데 감회가 정말 새롭고, 두근거렸어요.
-원래 두 사람 모두 가수가 꿈이었나요?
다인)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는 일이 너무나도 즐거웠어요. 스스로 노래를 하고자 하는 욕심은 크게 없었지만, 직접 쓴 음악을 세상에 발매하겠다는 욕구는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했던 것 같아요. 중학생 때 Radiohead의 ‘Karma Police’ 라이브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피아노를 연주하는 조니 그린우드를 보고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니는 기타리스트이시지만요! 음악을 발매하겠다는 목표를 하나 이룬 것 같아 여전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서현이를 만나고, 함께 곡을 쓸 때 제가 원하는 방향을 일일히 말해주지 않아도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앞으로도 함께 많은 곡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서현) 저는 5살 터울 오빠의 영향으로 또래에 비해 빠르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는 걸 좋아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 관련 꿈이 생긴 것 같아요. 어렸을 땐 막연하게 그냥 작곡가가 꿈이었고, 그다음은 한 밴드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아마 이때부터 노래를 부르면서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후, 주변인들의 권유로 자신감이 생긴 저는 직접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다인이를 만나 음성녹음이라는 팀을 이루게 되고, 어느 새 노래하는 일이 주가 되어 음원을 발매하게 되었네요!
-두 사람이 함께 밴드를 하고자 했던 계기는?
학교에 다니며 서로를 처음 만나고, 음악취향이 너무나도 비슷함에 놀라며 빠르게 친해졌어요. 저희와 음악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았거든요. 이렇게나 취향이 비슷한데 같이 곡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각자 팀에서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있나요?
다인) 함께 곡을 쓸 때, 작사 작곡 편곡에 있어 보통 저희 둘이 함께 참여를 합니다. 멜로디 작곡에도, 악기 편곡에도 함께 하는 편이에요. 이전에 혼자 써둔 곡을 함께 편곡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요! 서현이는 보컬 및 기타 연주 스케치를, 저는 피아노, 신스, 오르간 등의 건반 연주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팀 이름이 ‘음성녹음’인데요.
처음으로 같이 곡을 쓰던 날, 각자 쓰다 말았던 곡의 음성녹음 파일을 들려주었는데 유난히 ‘음성녹음’이라는 단어가 정감이 갔어요. 그래서 음성녹음(音聲錄音)이라는 팀명을 짓게 되었습니다.
-음성녹음이 지향하는 밴드의 색깔이 있다면?
색깔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자면, 데뷔곡 ‘Replay’에선 ‘모든 게 우릴 위하는 것처럼 찬란히 비춰지는 마법’이라는 가사처럼, 초록색과 같이 산뜻하고 찬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여름에 발매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발매한 ‘마지막 곡’은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을 대상으로 쓰는 마지막 곡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2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음원을 발매한 것도 이를 강조하고 싶었서고요. 빨주노초파남보로 이루어진 무지개의 마지막 색이 보라색인 만큼, 앨범아트에도 보라색이 강조되길 희망했고, 뜻대로 발매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초록색의 ’리플레이‘, 보라색의 ’마지막 곡‘처럼 앞으로도 여러 색깔들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지난달 31일, 2022년의 마지막 날 신곡 ‘마지막 곡’을 발매했죠.
‘마지막 곡’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안부를 전하는 곡입니다. 사랑이 끝났다는 걸 마주하는 일은 늘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을 녹여낸 앨범입니다.
-곡을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가사에 가장 중점을 뒀어요. 영어를 쓰지 않고 한글로만 이루어진 만큼 단어 선정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 같아요. 서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느낀 감정을 하나의 노래로 녹여내고자 만들게 된 곡이기에, 리스너분들이 가사를 접했을 때에도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장면처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앨범 준비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전부터 준비해놨던 곡이기에 다른 곡들에 비해 발매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음원으로 발매할 계획을 잡고 나니 편곡이나 녹음에 있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음악에 집중하다 보니 뮤직비디오나 앨범아트와 같이 음악 외적인 것에 여유롭게 시간을 쏟기 어려워져 난처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모쪼록 저희의 바람대로 2022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곡을 발매하게 되어 행복합니다.
-평소 곡을 만들면서 어디에서 가장 크게 영감을 받는지도 궁금해요.
곡 마다 영감을 느끼는 대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영화와 같이 다른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고요! 이번 ‘마지막 곡’ 같은 경우엔 저희의 일상생활과 개인적인 감정들이 주요 대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가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대중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싶으신가요?
신선하면서도 낯설지 않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저희의 색깔로 녹여내려 노력하는 만큼, 발매하는 곡마다 저희의 색깔이 담겨있다고 느껴주시길 희망합니다. 특히 이번 곡은 사랑했던 사람을 대상으로 마지막으로 쓰는 내용의 곡인만큼 음악을 듣고, 가사를 읽으며 여러분이 사랑했던 순간들을 떠올려주시면 좋겠어요!
-음성녹음의 롤모델은?
한 분의 롤모델을 꼽기보단, 늘 다양한 아티스트의 다양한 음악에서 배울 점을 얻는 것 같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 그리고 이를 녹여내는 저마다의 방법들이 저희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영감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요즘 음성녹음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학교생활을 하는 도중에 음원을 발매해왔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졸업을 하게 되어 우스운 얘기지만 저희가 정말 ’사회로 던져졌다‘고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둘 다 게으름을 부리는 경향이 있어, 마음을 잘 다잡자는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웃음).
-데뷔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앨범을 두 차례 준비하면서, 발매 과정에 함께해주시는 분들께 매 순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또한 발매된 음악을 듣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무언가 보답해 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고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다양한 무대에 서고, 계속해서 새로운 곡들을 발매하려 합니다. 늘 싱글 앨범만을 내왔기 때문에, EP를 내고자 하는 욕구도 크고요! 앞으로도 저희의 행보에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활동 각오,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저희만의 색깔로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신선하지만 낯설지 않은 팀이 되길 소망합니다. 저희가 보고 느끼는 것을, 리스너분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로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악, 언제나 열심히 하고 싶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