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1.7%도 난망…'3중고' 시름 깊어진다

4분기 -0.4%...2년반 만에 역성장

1분기 소비 회복 전망, 수출은 부진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말 결국 마이너스로 추락하면서 올해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지난해에는 가까스로 연간 목표치인 2.6%를 달성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4%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됐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이다. 정부소비와 건설투자, 설비투자는 증가했으나 수출과 내수의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2022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한국은행

◆ 한은 "1분기 역성장 가늠 어렵다"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2분기(2.9%)와 3분기(1.7%) 플러스를 기록했던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다시 감소세(-0.4%)로 돌아섰다. 재화 및 서비스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5.8% 감소했다. 수입도 원유와 1차 금속제품 등이 줄면서 4.6% 줄었다. 설비투자는 같은 기간 2.3% 늘어났으며, 건설투자는 0.7%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3.2% 늘어났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4월 거리두기 해제 이후 민간의 펜트업 소비가 올라왔는데 2, 3분기 회복된 수치가 4분기에 조정을 받았다"며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이사 수요가 줄어 가전제품 등 내구재 수요가 감소하고, 10월과 11월 날씨가 따뜻해 의류소비가 줄었다. 서비스는 2, 3분기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올라오던것이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올해 1분기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상필 국장은 "음식점, 오락 문화 등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지난해 4분기 주춤하다 1분기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소비를 보면 지난해 11월 전년동기비 증가율이 최저점을 찍고 12월, 올 1월(18일까지 누적)까지 반등했다는 것이다.

건설투자가 플러스 성장을 보인것은 건설업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건설 자재 비용이 높아지면서 건설 공사가 부진했던 측면이 있는데 하반기 되면서 물가 부담이 완화된데 따른 회복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단 건설투자 성장률이 기성액에 못미치는 이유는 건설 투자의 경우 신규 공사 뿐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 따른 부대 비용이 같이 잡히는데 부동산 거래량 위축, 미분양 증가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4분기 역성장을 했지만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황 국장은 "4분기 숫자가 내려가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전망 경로가 분기마다 성장률이 변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연간 전망 숫자는 낮아진다"면서도 "그 효과를 이월 효과, 성장 모멘텀 효과로 나눠 계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지, 플러스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중국 리오프닝으로 소비-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반도체 등 과잉 공급이 완화될 수도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좋아진다면 현재 경기침체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한국은행

◆ 하방리스크 확대...고금리・고물가

4분기 역성장에도 한국 경제는 2.6% 성장을 달성했지만, 올해 1%대 성장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앞서 한은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1.7%)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한국 경제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 둔화와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우리 경제 양대 축인 수출과 소비다. 수출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이 지속으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황 국장은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를 보면 수출은 부진한 양상으로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부진으로 일평균 통관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면,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 음식점, 오락문화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1월 소폭 상승했다"면서도 "얼마나 소비가 살아날지는 물가, 금리, 수출 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여 현재 상황에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고금리 상황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한은은 이달 사상 첫 7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오는 3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25%p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 정책금리 수준을 5.0%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물가도 지난해 7월(6.3%) 최고치를 찍고 하락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으로 물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와 금융안정과의 상충관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