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지난해 매출·영업익 모두 '사상 최대'
3조 가까운 충당비용 반영에도… '퍼스트무버' 증명
고금리·수요부진에도… "올해도 최대실적 쓰겠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써냈다. 지난해 3분기 도합 3조에 가까운 품질비용과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써낸 역대급 호실적이다. 제값받기, 고수익 차종 중심 믹스개선 전략을 통해 글로벌 '퍼스트무버'로써 경쟁력을 입증해냈단 평가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고금리와 수요 부진 등 악재에도 수익성은 지난해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갈고닦은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27일 기아는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86조 5590억원,영업이익은 7조 2331억원을 달성해 각각 전년 대비 23.9%, 42.8%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역시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42조5275억원, 영업이익은 9조81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2%, 4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투입한 3조에 달하는 충당금을 4분기 수익으로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의미다.지난해 3분기 기아는 1조5400억원을, 현대차는 1조3600억원을 3분기에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양사 모두 영업이익이 세자릿수 증가하면서 높은 수익을 냈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38조5236억원, 영업이익은 3조3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2%, 119.6% 증가했다. 기아도 작년 4분기 매출은 23조1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조6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123.3% 증가했다.
올해 사상최대 또 쓴다… 실적 가이던스 상향 '자신감'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쓴 데 이어 올해는 연간 실적 목표를 한 단계 더 올려 잡았다. 고금리에 따른 수요 하락 등이 리스크로 꼽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만큼 올해 수익이 더 확대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지난해 발목을 잡은 반도체난 완화는 적체된 물량을 빠르게 해소하면서 수익 확대에 불씨를 당길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차가 올해 목표로 밝힌 글로벌 판매량은 432만대다.연결 기준 매출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10.5~11.5%로 설정했으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6.5~7.5%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그랜저에 이어 올해 코나, 싼타페까지 줄줄이 신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한 판매 호조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10조 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도 단행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이 확대되는 시기인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겠단 전략으로 읽힌다. 항목별로는 ▲R&D 투자 4조 2000억원 ▲설비투자(CAPEX) 5조 6000억원 ▲전략투자 7000억원 등이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현대차의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목표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약 33만대로, 신형 코나EV, 아이오닉5 N모델 등 신차 출시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 지속되지만 상반기 판매 확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유럽 일부국가에서 단계적 전기차 보조금 축소가 예상되므로 신형 코나EV 런칭 이후 차질없는 공급으로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역시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보다 매출은 13%, 영업익은 29% 올려잡았다. 반도체난 완화에 따른 적체 물량 해소와 글로벌 판매가 확대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판매는 작년 대비 10.3% 증가한 320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올해 EV9 신차 출시를 앞둔 만큼 기존 볼륨 차종이었던 스포티지, EV6와 함께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또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와 고수익 RV모델 중심의 판매 체계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호정 기아 부사장은 "고금리ㆍ고물가에 따른 수요 둔화 및 국제적 긴장 상황 지속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한 판매 물량 증가, 고수익 SUV 중심의 지속적인 판매 믹스 개선, 대형 전기 SUV 신차 EV9 출시 등 상품력과 브랜드력 개선을 바탕으로 한 선순환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값' 받아 '잔존가치' 높인다… 가격 내리는 테슬라 딛고 美 '정면 돌파'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3조원의 충당금을 털어내고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핵심 전략은 '제값 받기'다. 이를 통해 인센티브를 줄이고, 잔존가치와 브랜드 가치는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도 '제값받기' 정책을 고수할 방침이다.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 1위를 주도하는 테슬라가 내놓은 가격 인하 정책과 상반된 전략이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기아의 잔존가치는 2021년 47에서 55까지 상승했다. 이 의미는 기아가 업계 2등 정도의 수준이고, 단가 보장 성격의 인센티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상품 전략을 퍼포먼스 위주로 가져왔고, 제값의 가격을 받고, 이런 부분이 단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정책을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서는 현대차와 기아 모두 리스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판매 확대를 노릴 계획이다. 최근 미국 IRA에 리스 차량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 됐기 때문이다. 또 미국 공장은 조기 생산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일정을 단축할 방침이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미국 내 5% 미만이었던 리스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판매채널 다변화를 통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내 판매량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 적체 물량이 해소되고 있단 점 등을 들어 올해 미국 판매 목표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 서 부사장은 "올해 미국 판매 목표인 86만대 중 전기차 비중은 9%로,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아 역시 탄력적인 인센티브 정책과 EV9 등 신차를 통해 미국 시장 경쟁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봤다.
주호정 기아 부사장은 "북미 시장은 기아가 가장 성과를 내는 글로벌 주요 시장이며 판매 동향을 놓고 보면 큰 무리없이 올해 판매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부분 차량이 각 세그먼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며 스포티지와 EV6, 올해 EV9까지 원활히 판매돼 수익성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