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김수정 공수처 수사2부장, 건강 문제로 사의…사표 수리되면 수사검사 18명으로 줄어
법조계 "출범 후 성과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경력·보람 쌓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 안 해"
"공수처 조직에 비전 느끼지 못하고 '탈출 러시'…내부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인력이탈 계속될 것"
수사검사 정원 미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김수정(사법연수원 30기) 수사2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또 다시 인력 공백이 발생했다. 공수처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검사 공개 채용 절차를 통해 부장검사 1명을 충원할 예정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유명무실해진 공수처가 인력 이탈의 근본 원인이라며 제대로 된 수사 성과나 체질개선 등 내부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고 조언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건강상 문제로 지난달 공수처에 사의를 표명했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는 않았지만 공수처도 김 부장검사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김 부장검사는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인력 문제는 출범 직후부터 이어져 온 고질병이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현재 채용된 검사는 21명 뿐이다. 그마저도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최윗선을 빼고 나면, 실질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검사는 19명이다. 여기에 김 부장검사의 사표까지 처리되면 18명이 공수처가 입건하는 모든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공수처의 실적이 저조하고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부분이 인력 이탈을 가속화시킨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율샘의 김도윤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존 수사 기관에서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없는 수사를 기대했지만 공수처가 그에 맞는 역할 및 수사결과를 나타내지 못했다"며 "정해진 인력풀조차 채우지 못해 수사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 등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이탈 검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수처 소속 검사 및 수사관의 역량강화, 필요한 인력 확충 등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을 중심으로 성역없이 수사할 수 있는 뚝심과 추진력을 갖추고, 기존 검찰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인력이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덧붙였다.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이었던 이헌 변호사는 "공수처 자체가 출범한 이후 성과가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또 '다른 수사기관이 했으니까 나도 하겠다' 식의 막무가내식 통신자료 조회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킨 게 사기 저하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 때문에 수사경력이 있는 일반 변호사들도 '공수처는 내가 지원할 만큼 메리트가 있는 곳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자신이 경력을 쌓거나 일의 보람을 찾을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부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인력 이탈은 언제고 또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윤용진 변호사 역시 "공수처 검사분들도 처음 공수처라는 조직에 들어갔을 때는 나라의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한다는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들어갔을텐데, 공수처라는 조직이 제 역할을 못하고 유명무실해져 버린 게 인력 이탈의 큰 원인 중 하나"라며 "공수처라는 조직에 비전을 느끼지 못하게 되니 탈출하는 인원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