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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도 욕먹는 기업들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02.27 07:00 수정 2023.02.27 09:1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현대차그룹, 성과급·격려금 계열사별 차등 지급에 노조 반발

SK이노베이션, 경쟁사 대규모 성과급 지급에 '갈등’

현대모비스 노조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1층에서 격려금 인상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현대모비스는 지난 22일 노동조합원들의 로비 점거농성으로 홍역을 앓았다. 앞서 회사가 지급한 300만원의 특별격려금이 현대차그룹 내 완성차 계열사인 현대차·기아 보다 100만원 적다며 노조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월 기본급의 최대 800%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사실이 알려지며 노조의 반발에 직면했다. 앞서 성과급을 지급한 GS칼텍스(연봉의 50%)와 현대오일뱅크(월 기본급의 1000%) 등 경쟁사들에 비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다수의 평범한 직장인의 시각에서 보면 결코 반발을 살 만한 금액은 아니다. 더구나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연봉을 자랑하는 곳들이다. 사정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법 하다.


지난해 주요 업종별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올리며 올해 성과급 잔치가 부각되긴 했지만 사실 성과급과 관련한 진통은 늘 있어왔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1년 말 현대차와 기아의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들 중 우수 성과자에게 지급했던 특별 보상금 ‘탤런트 리워드’을 두고 노조가 반발하면서 지난해 현대차·기아 전 직원에게 4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그러자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 노조들까지 손을 내밀며 일 년 내내 시끄러웠다.


정유업계 역시 시황에 따라 비슷한 실적곡선을 타는 업종 특성상 정유 4사 임직원들이 서로의 성과급을 비교하며 경쟁사보다 적을 경우 회사를 원망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논란의 핵심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내가 천금을 얻은들 남이 만금을 얻는다면 기운이 빠지는 게 인간의 생리다.


회사 입장에서는 법적 지급 의무가 없는 돈을 나눠주고도 욕을 먹으니 난감할 일이다. 아마 내년에도 나는 덜 받고 남은 더 받았다고 ‘투쟁’을 외치는 이들은 곳곳에서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돈 주고도 욕먹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기업들 사이에서 일종의 ‘동업자 정신’이 발동될 가능성도 있다. 설령 남들보다 재정적 여유가 있더라도 ‘통 크게 쏘는’ 것은 자제하는 암묵적 관행이 자리 잡는 식으로 말이다.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조로서는 높은 곳을 기준점으로 삼아 상향평준화하는 전략이 유용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식의 논란이 계속되면 남들보다 많이 받을 여건이 되는 이들까지 평균 수준으로 끌어 내려지는 하향평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임계점을 넘어선 팽창은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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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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