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막자 대형사로 고객 몰려
중소형사, 줄어든 운용자금 걱정
보험업계가 확보하고 있는 퇴직연금 중 4분의 3 이상이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이른바 빅3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과열 경쟁 자제령에 보험사 간 차별성이 축소되면서, 안정성을 쫓는 역 머니무브 성향이 짙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소 보험사들의 경우 자금 운용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인 보험사 16곳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87조518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75.5%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이 3대 생보사의 적립금으로 나타났다. 삼성·교보·한화의 퇴직연금 규모는 전체의 70.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증가폭도 3사가 가장 컸다. 삼성생명은 44조6802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14.8%(5조7636억원) 불어났다. 교보생명은 10조7131억원으로 16.4%(1조5063억원) 늘었다. 한화생명은 5조5489억원으로 12.4%(6101억원) 증가했다.
이밖에 삼성화재(5조8082억원)와 미래에셋생명(6조2038억원)은 5000억원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어 KB손해보험(3조5472억원), 푸본현대생명(1조4323억원), 동양생명(6352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신한라이프(7309억원), DB손해보험(1조2942억원), 현대해상(1조3579억원), 롯데손해보험(2조4141억원), 흥국생명(1조1866억원), IBK연금보험(1조1600억원), DB생명(3376억원), 한화손해보험(16억원)은 1분기 말 대비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 퇴직연금 고객 유치 경쟁이 이어지면서 대형 생보사 중심으로 퇴직연금 자금이 쏠리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은 통상 1년 단위로 기업과 사업자간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12월에 만료되는 경우가 많아 연말에는 수익률이 더 높은 회사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보험사들은 지난해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퇴직연금발 머니무브를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이에 상품의 이자율을 올리는 등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자금이동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위해서 금융사들의 과도한 퇴직연금 경쟁을 자제시키면서 일부 보험사들은 고금리의 매력 조차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대형사로 옮겨가게됐다.
이에 몇몇 중소보험사들의 경우 퇴직연금 운용 비중이 줄어들면 향후 수익성 및 경쟁력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인 적립금을 운용해 더 높은 금액으로 돌려주고 회사도 이익을 챙겨야 하는데 일부 자금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앞으로도 유동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