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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때문에…국수본 수장도, 방송인도, 운동선수도 패가망신


입력 2023.02.26 16:28 수정 2023.02.26 22:0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아들의 학폭 논란으로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왼쪽)와 넷플릭스 화제작 '피지컬:100'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가 학폭 논란으로 자숙에 들어간 김다영. ⓒ연합뉴스/넷플릭스

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학폭’ 전력으로 사회적 지위를 잃거나 전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학창 시절의 잘못된 행동이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두고두고 족쇄가 된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에 임명됐다 하루 만인 지난 25일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본인의 일은 아니지만 아들의 학폭 전력으로 인해 수사기관의 핵심 직책을 맡기에 부적합하다는 여론의 심판을 받았다.


전 국민적 비난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비난이 일었고, 결국 본인도 “이런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며 자리를 내려놨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 변호사 아들의 실명과 학교, 사진까지 공개되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개인정보와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지만, 그만큼 국민 분노가 크다는 점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화제작 ‘피지컬:100’ 출연자 김다영 역시 해당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야 할 시점에 ‘학폭’ 전력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피지컬:100’에서 네 번째 퀘스트 ‘이카루스의 날개’까지 진출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중학교 때 그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지난 2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약 14년 전 제가 소위 노는 학생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선배랍시고 후배들에게 욕설하고 상처 되는 말을 했던 부끄러운 기억은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노래방이나 공원 등지에서 신체적인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용돈을 갈취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으나 비난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제 잘못을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힌 그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대중 앞에 설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선후배간 ‘기강 잡기’가 일상화된 스포츠계에서도 학폭은 평생의 낙인이 된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특급 유망주로 불렸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은 입단 전부터 학폭 논란에 휩싸였고, 구단 징계로 수개월의 시간을 날려야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제경기 출정 영구 정지라는 처분도 받았다.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는 뛰어난 실력으로 지금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 그에게는 여전히 ‘학폭 선수’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2021년 신인 최대어로 불렸던 김유성은 당시 NC 다이노스로부터 1차 지명됐지만 학폭 전력을 이유로 철회됐고, 2년간 허송세월을 해야 했다. 결국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았으나 당시에도 구단이나 본인 모두 여론의 뭇매를 맞아 앞으로 선수 생활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련의 사례들로 인해 학폭을 ‘어린시절의 치기’로 넘길 게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평생 안고 가는 짐이 된다는 인식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요즘 시대엔 맞지 않다.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평범했던 이들이 단번에 유명인이 될 수도 있고, 정순신 변호사의 사례처럼 자신의 일탈이 가족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특히 학폭 행위 자체도 잘못이지만,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돕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가는 본인의 삶을 더 큰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정 변호사의 경우 아들의 학폭 처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데 개입하거나 정당한 징계절차조차 소송으로 회피하려는 의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더 큰 공분을 샀다.


실제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낙마 기사나 ‘피지컬:100’ 김다영의 사과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진작에 사과할 것이지 왜 이제 와서 반성 코스프레냐”, “피해자의 삶을 망쳐놓고 이제 와서 사과한들 달라지냐”는 등의 비난이 상당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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