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인센티브 조건…투자 발목 잡을수도
기업에 부담…엔비디아·AMD·마이크론 ‘하락’
최근 부진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 ‘주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이 까다로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호재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원 정책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법의 인센티브 프로그램 중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 지원계획 및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재정지원 527억 달러(시설투자 인센티브 390억 달러 포함)와 투자세액공제 25% 등을 규정하는 법안으로 이번에 발표된 것은 제조시설투자 인센티브에 관한 세부 사항으로 소재·장비, 연구개발(R&D) 시설투자 지원계획은 차후에 발표된다.
이번에 공개된 미국의 재정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대출 또는 대출보증 등의 방식으로 지원 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와 경제·국가안보, 상업적 타당성, 재무상태, 투자이행 역량, 인력개발 및 기타 파급효과 등에 대해 다각도로 심층적 논의와 협상을 거친 후 재정 지원 규모와 방식, 기간 등이 결정된다.
또 인센티브를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우려대상국에서 반도체 제조능력과 관련된 거래를 제한 받게 되며 1억5000만 달러 이상 지원 받는 기업은 당초 예상됐던 기대 수익을 크게 초과할 경우 보조금의 75%까지 회수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방침이 반도체 보조금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보조금을 통한 투자가 성공을 거둬도 초과 수익의 상당 부분을 다시 되돌려 줄 수 밖에 없는 데다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한 논의와 협상 과정에서 고급 기술 및 정보 유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려 대상국에서의 거래 제한으로 반도체 최대 수요 시장인 중국 등에서의 제조·생산 및 거래에 상당한 간섭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메리츠증권은 이번에 발표된 미국 정부의 방침이 포괄적 범위의 재투자를 미국으로 철저히 제한시키며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 추가 투자는 사실상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미 중국 내 생산시설을 가동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미국의 재정 인센티브 기준까지 고려한 다각도 재검토가 필요해지면서 생산시설 가동 유지와 출구전략까지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원금 활용을 전제로 향후 미국 내 D램 생산도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정보 공개의 우려와 초과이익 반납 가능성 등을 고려시 고수익성 제품의 생산은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글로벌 생산시설의 재배치’라는 선택을 강요 받을 경우 결국 공급자들의 ‘투자 망설임’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조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향후 반도체 실적 개선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수요 둔화 속 공급 경쟁의 부활로 업황 회복의 시점이 점차 요원해지고 있다. 극심한 적자 구조의 낸드플래시뿐만 아니라 과점적 공급구조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던 D램마저 적자 전환한 상태다.
이같은 미국 정부의 방침은 현지 반도체 업체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며 관련주들의 주가는 내림세다. 보조금 지급에 따른 초과이익 공유 방침이 향후 기업 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따른 움직임이다.
엔비디아와 AMD는 미 상무부의 발표가 나온 뒤 연이틀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각각 1.21%와 0.24% 떨어졌던 양사의 주가는 1일에도 2.23%와 0.37%가 추가로 하락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달 27일부터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인텔과 퀄컴은 1일 각각 주가가 1.60%와 0.73% 상승했지만 반도체주 혼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센티브 정책 발표가 메모리반도체 수급에는 중립적 이슈로 평가되고 있지만 향후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 시점이 지연되면서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2월28일) 대비 200원 상승한 6만800원에 마감했다. 올해 5만5300원을 시작해 지난달 중순 6만원선 중반에 육박(2월16일 종가 6만3700원)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6만원선 수성이 더 급해진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300원(1.45%) 떨어진 8만8100원에 마쳤다. 지난달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시작과 함께 9만원선을 회복(2월 1일 종가 9만1400원)한 뒤 9만원선 중반이 기대됐던 기세는 사라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