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동생 측 "PC 교체 공모한 사실 없고, 교사 행위도 안 해"
"증거인멸 가담했더라도 친족 간 특례에 해당…위법성 조각"
함께 기소된 쌍방울 임원들 및 비서실 직원들은 혐의 모두 인정
다음 재판,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쌍방울 그룹 부회장이자 김성태 전 그룹 회장의 동생 김모 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씨의 변호인은 "증거인멸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 자체에 이견이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김 씨는 2021년 11월 13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 및 차량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자 김 전 회장으로부터 '업무 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받고, 쌍방울 그룹 윤리경영실장(감사) A 씨와 증거인멸 방법을 상의한 뒤 관련 자료가 남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훼손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PC 교체'와 관련해 공모한 사실이 없고 교사 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증거인멸을 실행해) 정범으로 지목된 다른 피고인 중에서 김씨로 인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이 전 부지사와 관련해서도 아는 게 없고, 형의 전화를 받은 뒤 본사에 나가 상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을 뿐"이라며 "그리고 설령 증거인멸에 가담했더라도 친족 간의 특례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A씨 등 임원들과 증거인멸에 가담한 비서실 직원 등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말 김씨와 A씨 등 쌍방울 그룹 및 계열사 임직원 12명을 기소했다.
A 씨는 2021년 10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이 전 부지사와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라는 지시를 받고 윤리경영실 차장 B(구속기소) 씨에게 관련 하드디스크를 파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지시에 따라 회사 옥상에서 망치로 하드디스크를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들은 지난해 5월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건네받은 검찰의 수사 기밀 문건(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등)과 이 문건의 스캔 내역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회사 사무실 내 복합기 2대의 사용내역도 파기 또는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비서실 직원들은 사용하던 노트북을 들고 같은 건물에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 사무실로 피하는 등 증거은닉에 가담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밖에 쌍방울 계열사 광림 부사장인 C씨 등 2명은 지난해 7월 29일 태국의 한 가라오케에서 당시 도피 중이던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등 범인도피 혐의도 받는다.
C 씨는 태국 유명 휴양지인 파타야에 있는 2층 규모 풀빌라 리조트에 한동안 머물며 김 전 회장과 함께 식사하거나 골프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C씨 등 광림 임원 2명은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위해 2019년 1월, 11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거액의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중국 공항 화장실에서 방용철(구속기소) 부회장에게 건넨 혐의도 있다.
이에 대해 C씨 측 변호인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밀반출한 금액은 검찰 측의 의견과 다르며 김 전 회장과 태국 현지에 머물면서 식사 등을 한 것은 초대에 응한 것일 뿐 범인도피 혐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