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0% 이상 기업만 36개
반대표 행사 지난해 20%대↑
저조한 운용 수익률 문제 해결해야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지난 2020년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주총은 시작 전부터 지배구조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주주 권리 행사를 위한 주주 제안 확대 등의 이슈가 부상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열기를 예고한 상태다. 올해 주총에서 나타날 이슈들과 주목할 점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3월 말 정기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큰손’ 국민연금의 행보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현대백화점 인적분할을 막는 등 그동안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적인 행보와는 뒤에는 최악의 운용실적이라는 그림자도 따라붙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투자환경에 맞춰 자산배분 방식으로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올해는 헤지·사모펀드뿐 아니라 노조 및 개인까지도 기업 의사 결정과 관련해 적극적인 주주제안에 나서고 있어 주총 안건 상정 및 통과에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 상장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일종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지주와 케이티(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의 개선을 언급하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보통주 기준) 이상인 기업은 36곳이다. 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총 293개다. 이외에 단순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1000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기업은 KT(10.63%), DGB금융지주(9.57%), 하나금융지주(8.91%), 신한지주(8.76%), 포스코(8.99%), 네이버(8.29%), KT&G(8.03%), KB금융(7.94%) 등이다.
이미 국민연금이 행동에 나섰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달 10일 열린 현대백화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부결됐다.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국민연금은 현대백화점 지분 8.03%(지난해 12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운용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총 3364건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찬성 비중은 75.98%, 반대 비중은 23.72%였다. 이 가운데 전체 의결권 행사 건수 가운데 반대 비중은 2020년 15.8%, 2021년 16.3%와 비교했을 때 매년 늘어나고 있다.
작년 주요 반대 안건 가운데 이사·감사 선임이 31.4%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KT 등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기업들의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표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렇듯 국민연금이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성장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취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먼저 운용 수익률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이 -8.22%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운용손실 금액은 79조6000억원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2008년(-0.18%)과 2018년(-0.92%)에 이어 세 번째인 동시에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국민연금은 주식 가격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주식 가격이 하락하는 ‘역(逆)의 상관관계’에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의 등장 등 투자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자산 배분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토털 포트폴리오’다. 자산군별 칸막이를 낮추고 전체적인 위험 노출 정도를 설정해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연금(CPPIB)은 주식을 전 세계에 분산 투자해 캐나다 주식 비중이 2%에 못 미친다. 국민연금은 14~15%에 이른다.
전체 운용 자산 중 대체투자의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작년 말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6.4%로 올해 말 목표(13.8%)를 웃돌고 있다. 반면 대체투자 비중이 59%에 달하는 CPPIB는 지난해 -5.0%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지배구조의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라면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기민하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해외 연기금들처럼 내부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