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정식 파업이면 업무방해죄 처벌 하지 않아…노사협의 없이 파업하면 '불법'"
"폭력행위 따라 처벌 수위 달라져…파업 쉬운 선진국, 회사 대체근로자 투입도 쉬워"
"한국, 대체근로 요건 까다로워…당사자간 대화로 파업 종결 아닌 상급 단체 개입 마무리도 문제"
"회계감사 통해 노조 투명성 관리·감독해야…법 제도화 통해 권력화·정치화 노조 불법파업 막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 이른바 '건폭(建暴)' 근절에 나서자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 4만여 명이 상경해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법조계에서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방어 수단이었던 파업이 변질돼 권력화된 노조의 정치적 목적에만 봉사한지 오래됐다며 이것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업이 진행되는 기간에 기업이 대체근로자를 지금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불법 파업의 피해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4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건설노조 조합원 4만3000명(주최 측 추산)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도심에 있는 경찰청, 종각역, 경복궁역 앞에서 사전 결의대회를 열고 숭례문 방향을 향해 행진했다. 노조 측에선 전체 건설 노조원의 절반 이상이 집회에 참여했기에 사실상 '총파업'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오는 31일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파업 가담자 및 주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기에 파업은 계속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불법 파업이 아닌 이상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는 만큼 사용자 측이 파업자들이 빠진 자리에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세종 김동욱 변호사는 "파업은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어떤 목적을 갖느냐에 따라 정당성이 달라진다. 물론 (불법성이 있는 파업의 경우) 형벌을 내릴 때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정식 파업인 경우에는 업무방해죄 처벌을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 역시 "파업을 하려면 우선 충분한 노사 협의를 진행했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이게 결렬되면 파업이 가능하다"며 "노사 협의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바로 파업을 한다면 불법 파업에 해당한다. 또 불법 파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폭력 행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파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프랑스 사례를 자주 언급하지만, 불법성을 띄는 경우에는 선진국도 처벌을 한다. 물론 선진국은 파업에 돌입하는 절차가 우리나라보다 쉽다"며 "다만, 선진국은 파업이 발생하면 사용자 측에서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체근로 요건이 까다로워서 문제가 된다"고 부연했다.
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당사자 간에 대화로 파업을 종결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나라 파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노사간의 협상으로 파업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상급 단체가 개입해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상급 단체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파업이 상급 단체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는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씨케이 최진녕 변호사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 내부에 개별 노조가 존재한다. 이들 규모가 커지다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근래 들어서는 노조들이 권력화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기에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회계감사를 통해 노조들이 투명성을 띄고 운영하는지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노동자들의 생존이 문제가 되었을 때는 파업이 그 수단의 하나로서 인정돼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파업권이 변질돼 악용되는 경향이 훨씬 더 많다"며 "특히 노동 3권인 파업권을 근로 조건이 아닌 다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법 제도화를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