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총량 유지하되 탄력 적용
'근로시간 저축' 임금 또는 휴가 선택
70년 만의 개편…발의 앞두고 여론전
"'일하는 날' 줄이는 게 진짜 휴식"
윤석열정부가 노동개혁의 첫 시작으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주 단위로 한정해 최대 12시간까지 부여가 가능했던 연장근로를 총량은 유지한 채 월·분기·반기·연까지 탄력적으로 넓히는 게 골자다. 다만 이 경우에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4시간의 제한을 둔다. 1950년대 세워진 '주 단위' 근로시간 제도를 70년 만에 바꾸는 셈이다.
또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 저축한 연장근로를 노동자가 임금 또는 휴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노사협의로 안식월과 같은 장기휴가도 가능해진다. 업무 효율을 높이고 온전한 휴식권 보장을 위해서는 "일하는 날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공은 국회로 넘어올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입법예고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오는 6월경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양대 노총이 반대를 하고 있어, 계획대로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여론 우위가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악의적 프레임과 가짜뉴스 파훼에 당력을 모을 전망이다. 7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주 69시간 장기노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특수한 경우 연장근로가 늘 수 있지만 다른 주는 줄어들며, 또한 추가 근무한 시간은 향후 근로자들이 (휴가로) 나누어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이어 "이번 개편안은 주 52시간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일감이 몰려 불가피할 때는 노사협의로 상생을 도모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선진시스템에 맞춰진 것"이라며 "노사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총 근로시간은 늘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근로시간을 노동자 개인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됐던 지난 20대 국회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에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경제통으로 꼽혔던 최운열 전 의원은 단적으로 수영복 업체의 예를 들어, 수요가 많은 여름에 근무를 집중하고 한가한 겨울에는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 이익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끝내 추진하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한무경 의원은 이날 "현행 제도는 현장의 근무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제도로, 계절별·시기별 업무량의 차이가 있는 중소·벤처 기업은 납기준수와 구인 등에 경영상 애로를 겪는다"며 "경제단체들도 정부의 개편에 적극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야당은 과로사를 조장하는 치명적 노동개악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야당 주장과 달리 정해진 총량에서 한 주에 일할 근로시간을 선택할 뿐 총량을 늘리는 게 아니다"며 "야당이 정말 근로자를 생각한다면 제도 개편 반대가 아닌 개편안 시행 전 영세 기업인들을 위한 입법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계 출신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의원은 양대 노총을 향해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과 야간노동 가이드라인 마련은 어느 정부도 못했고 노동존중을 떠들었던 문재인정부도 못한 고질적 현장 병폐를 도려내겠다는 것인데 이를 비판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자기 먹기 싫다고 남의 밥그릇을 깨는 행태를 그만 멈춰라. 1953년 공장기반 노동법 제도는 이제 더 이상 디지털 혁명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넓은 혜안으로 현실을 직시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