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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활용으로 스마트 행정을 추진한다고?[기자수첩-수도권]


입력 2023.03.16 18:37 수정 2023.03.16 18:37        이도환 기자 (dohwan@dailian.co.kr)

화성시가 내놓은 ‘스마트 미래도시 역점과제, ChatGPT를 활용한 스마트 행정 적극 추진’에 대해

시행과정에서 드러나는 ‘위대한 부작용’에 관심을 갖는 발상의 전환 필요

화성시의 시정브리핑 현장. ⓒ화성시

경기 화성시가 16일 오전, 화성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정브리핑을 갖고 △ChatGPT 행정 활용 △2040년 화성도시기본계획 수립 △안전하고 편리한 화성시 공영버스 효율적 운영 △2023 화성시 우수농산물 공공급식 식재료 공급 추진 계획 등 4개 안건에 대해 설명했다.


도시기본계획과 공영버스 운영, 우수농산물 공공급식 식재료 공급 등은 어느 지자체에서나 진행할 수 있는 평이하고 무난한 안건이었지만 ChatGPT를 행정에 활용한다는 것은 흥미를 갖기에 충분한 안건이었다.


그러나 정작 화성시가 내놓은 ChatGPT 활용방안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화성시는 시정브리핑에서 “OpenAI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서비스인 ChatGPT를 활용해 정책설계 고도화, 행정업무 효율성 향상 등 스마트 행정을 선도하기 위한 4대 중점과제(△행정정보 외국어 지원 △연구용역 보고서 요약 및 활용 △ChatGPT 현장 활용 TF팀 운영 △전 직원 대상 교육)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매우 첨단적인 내용처럼 포장했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우선 ‘행정정보 외국어 지원’은 ChatGPT의 번역 기능을 이용해 화성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그 정도는 첨단이라고 칭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일상화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번역의 속도가 빨라져 시간을 절약하거나 번역에 투입되는 인건비 정도를 줄일 수 있겠지만 그것을 첨단이라고 칭하기에는 어색하다.


‘연구용역 보고서 요약 및 활용’도 ChatGPT의 요약 기능과 ppt 작성 기능을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번역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줄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물론 Chat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활용방안 아이디어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수준이라면 ‘ChatGPT 현장 활용 TF팀 운영’과 ‘전 직원 대상 교육’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정보 외국어 지원’과 ‘연구용역 보고서 요약 및 활용’은 ‘ChatGPT 현장 활용 TF팀 운영’의 하부 내용으로 들어가는 게 어울리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ChatGPT는 사실관계를 검토해 결과를 보여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존의 많은 자료를 활용해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팩트가 아니라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그럴듯하면 그걸 선택해 결과물로 보여준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그것을 다시 팩트체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앞에 이야기한 ‘시간 절약’도 실제로 활용에 들어가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ChatGPT가 내놓은 결과물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ChatGPT가 공부한 자료는 대부분이 영어로 된 자료다. 한국어 자료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는 뜻이다. ChatGPT가 내놓은 자료를 보조자료로 활용해 사용자가 다시 재가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ChatGPT를 활용해 정책설계 고도화, 행정업무 효율성 향상’은 공염불이 될 확률이 높다.


물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부작용으로 놀라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장사꾼들이 돈을 벌기 위해 지나다니던 비단길이 동서문화를 섞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빛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처럼, 때론 주작용보다 위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니까. 새로운 시도는 위대한 부작용으로 인해 중요하다.


발표를 담당한 화성시의 담당자는 “ChatGPT와 같이 혁신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공격적으로 행정에 도입하여 시민 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며 “직원들의 인공지능 활용 역량을 강화하여 행정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위대한 부작용’을 염두에 두기를 조언하고 싶다. 앞서 설명한 중점과제의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그 시행과정에서 드러나는 ‘위대한 부작용’에 관심을 둔다면, 화성시의 새로운 시도는 분명 새로운 무엇인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도환 기자 (dohwa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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