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예정된 발표 연기…기준연료비 만지작, 연료비 조정단가는 사실상 동결
한국전력의 눈덩이 적자와 물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정부가 올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이달말로 연기했다.
지난해 3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적자를 낸 한전의 정상화를 위해선 요금 인상이 필수적이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주문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날 예정이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발표를 이달 말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산업부는 한전이 지난 16일 제출한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내역을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와 전기·가스요금 인상 정도를 협의할 계획이었으나 절차가 길어지면서 발표 시점도 늦추게 됐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2~4분기에도 1분기처럼 ㎾h당 12~13원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정부가 고려하는 선택지는 기준연료비 조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2분기 전기요금 발표를 앞두고 기재부와 논의하는 사항은 기준연료비를 얼마나 올릴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은 주된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연료비 조정요금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지난해 3분기 때 인상된 5원으로 유지한 채 동결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별 직전 3개월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평균 연료비를 반영해 산정된다. 현 제도상 인상 폭은 직전 분기 대비 ㎾h당 최대 ±5원, 직전 연도 대비 ㎾h당 최대 ±5원 범위로 제한돼 있어 제도를 개정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올릴 방도가 없다.
이에 비해 기준연료비는 아직 올릴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 한전이 제시한 기준연료비(전력량 요금)는 올해 1분기(㎾h당 11.4원)와 비슷한 ㎾h당 11.3원 인상 수준이다. 지난해 연료비 상승으로 발생한 올해 인상요인(45.3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물가 안정을 내세운 기획재정부와 한전의 적자 해소를 통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강조한 산업부 간 팽팽한 논리 대결 속 기준연료비가 얼마나 오를지가 관건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올해 필요한 기준연료비 인상분(㎾h당 45.3원)은 지난해 연료비 인상 때 못 올린 부분"이라며 "올려야 할 때 제때 올리지 못해 한전 적자가 누적된 부분을 이번 2분기에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분기에는 여름철 냉방 기기 사용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고, 4분기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권이 표심을 의식하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뒤로 갈수록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녹록지 않아 2분기에 적정 수준의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