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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자산 역대 첫 역성장…금리 인상 '충격파'


입력 2023.03.22 10:03 수정 2023.03.22 10:0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에만 50조 넘게 '증발'

시장 뒷걸음질에 위기감 증폭

보험사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자산이 지난해 한 해를 모두 채우기도 전에 50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지난해는 생명보험업계의 자산이 연간 기준 감소를 기록한 역대 첫 해로 남을 전망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가운데, 보험 시장의 규모를 보여주는 자산마저 역성장으로 돌아서면서 생보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총 자산은 941조1501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2%(51조2541억원) 줄었다.


주요 대형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자산이 283조834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5% 감소했다. 한화생명 역시 126조7953억원으로, 교보생명은 116조2725억원으로 각각 2.1%와 2.4%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신한라이프생명도 68조4537억원으로, NH농협생명은 58조9955억원으로 각각 4.0%와 8.7%씩 자산이 감소했다.


생명보험사 최근 10년 자산 규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 같은 감소폭으로 볼 때 마지막 한 달의 수치가 더해지더라도 지난해 생보업계의 자산 규모는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의 전년 말 대비 자산이 줄어드는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생보사 자산의 발목을 잡을 가장 큰 요인은 금리였다. 보험사는 주로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데, 이 중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에서는 금리 인상 시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기보유금융자산과 달리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시장 가치로 평가되는 만큼, 금리 인상에 따라 떨어진 채권 가격이 자본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유래 없는 자산 감소는 생보업계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으로 여겨진다. 아무리 업황이 어렵더라도 자산 성장률을 갖고 경쟁을 벌이던 생보사들에게 자산의 감소 전환은 낯선 풍경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생보사들은 영업 확대 한계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에서 계속되는 출혈 경쟁으로 인해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생보업계의 수입보험료는 0.3% 증가에 그치며 사실상 성장이 멈출 것으로 예측됐다. 보장성보험 정도를 제외하면 저축·연금·변액보험 등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 입장에서 자산은 시장의 파이를 보여주는 가늠자이자, 그 만큼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져 왔다"며 "아무리 금리 인상의 여파가 크다 하더라도 유례가 없는 자산 역성장은 생보업계의 힘든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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