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잇따라 방문해 취약 계층 지원 노력 격려
韓·美 금리 인상 기조 속 부작용 가능성 증대
한은 통화 정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 제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러 은행들을 방문하면서 상생금융에 대한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취약차주와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잇따른 은행 파산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향후 한국은행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금감원의 바람대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장 금리를 조정할 경우 한은의 정책 기조와 엇나가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이날 오후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SOHO사관학교 수료식에 참석해 은행의 자영업자 지원 노력을 격려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행사에서 “자영업자는 국내 취업자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데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권이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컨설팅 등 비금융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상생 방안을 제시해 고객과의 관계를 확고히 하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신한은행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만이다. 당시에도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노력을 격려하고 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 등 현장 의견을 들었다.
이후에도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 방문해 차주 우대 대출상품 시판을 격려하고 중소기업 대표와 소상공인, 개인 차주 등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현장 목소리 청취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 부산은행과 KB국민은행 등에도 차례로 들리며 상생 금융에 대한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에 대한 상생금융 노력을 독려하면서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에 비해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한 은행들을 방문해 힘을 실어주면서 비교적 온건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이 상생금융을 위해 기준금리와 다른 방향으로 시장 금리를 조절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연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미국 기준 금리가 4.75~5.00%가 되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는 지난 2000년 이후 22년여 만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환율 불안과 자본 유출에 대한 위험성이 커질 수 있어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요청대로 은행들이 취약 금융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장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의 정책 기조 및 방향과 대치되면서 효과를 크게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지난 9일 당국의 방향이 통화 정책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근 통화량 추이나 잔액 기준 이자율 변동 추이 등을 보면 계속 상승 국면에 있어 통화 정책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은행들은 어느 정도 여력이 있기 때문에 각 은행의 소비자 특성에 맞게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배치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의도대로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이 통화정책과 대치 되지 않고 탈 없이 운영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취약차주나 힘든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하다 보면 거기서 소외된 계층에서 또 불만이 터져나오고 결국 모두를 위한 시장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