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칩스법 27일 국회 법사위 통과
전략산업 투자 15~25% 세액공제
산업 경쟁력↑…세수 부족이 문제
법인세와 소득세, 보유세가 잇달아 줄어드는 상황에서 반도체 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하는 ‘K-칩스법’ 국회 통과로 연말 약 10조원의 세수 부족이 예고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전체 회의를 열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6개 분야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 조치법(K-칩스법)’을 의결했다.
K-칩스법은 지난 1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초 관련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한다. 국가전략기술 분야 사업화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대·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높이는 내용이다.
더불어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올해 10% 추가 공제(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법안은 30일 국회 본회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K-칩스법은 세액공제율 확대로 관련 분야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규제와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술 개발과 자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소개한다.
이날 기재위에 출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내 설비투자 부진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이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법안 통과로 반도체 등 국내 전략기술과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칩스법에 대한 기대 뒤편에는 세수 부족 문제가 뒤따른다. 투자 세액공제 확대로 예상하는 내년도 세수 손실만 3조6500억원 가량이다. 이후에도 2025~2026년에는 매년 1조3700억원씩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 둔화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모두 줄고,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등)마저 크게 떨어질 것이고 전망한다. 여기에 투자세액공제마저 늘어나면서 최소 10조원 이상 세수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법안 처리 당시 국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 2년 동안 4조3000억원, 5년 동안 7조원이나 세수 감소를 일으키는 이런 정책을 지금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기획재정부로부터 납득 가능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큰 세수를 감소시키는 법안을 졸속으로 심사해 통과시키는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며 “하다못해 삼성전자 법인세 실효세율이라도 가지고 온 다음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기대하는 ‘낙수효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더 큰 충격을 부를 수도 있다. 현재 경기 둔화가 심해지는 상황이라 법인세와 소득세도 예년 수준을 기대하기 힘들다.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대기업 실적은 지난해 연말 예상보다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1월 기준 세수진도율이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금 걷히는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뜻이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가 세수 부족 상황에서 지나치게 세액공제 중심으로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세수 상황이 더 나빠지겠지만, 각종 세액공제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며 “결국 부담은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한다. 재정 준칙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또한 “정부가 바라는 낙수 효과를 내려면 감세가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증가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와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멍난 세수⑥] 나라 곳간 비어가는 데 재정준칙은 국회서 ‘공회전’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