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삼성전자 베트남 2차 협력사 납품사기 당했는데…시민단체는 '삼성 탓'


입력 2023.03.29 14:41 수정 2023.03.29 14:5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베트남 현지 업체, 삼성전자 2차 협력사에 '가짜 에탄올' 납품해 인명사고

원청이 통제할 수 없는 범죄사고인데…국내외 시민단체들 "삼성이 사과하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베트남에서 발생한 ‘가짜 에탄올 납품사기’에 따른 중독사고에 삼성전자 2차 협력사가 휘말리며 한국 삼성전자 본사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직접 거래가 없는 2차 협력사에서 발생한 일인 데다, 해당 협력사조차 납품사기를 당한 사안인데 국내 시민단체들은 한국 삼성전자 본사에 비난의 화살을 겨냥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반올림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베트남 내 삼성전자 2차협력사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메탄올 중독사고는 최근 베트남의 삼성전자 2차 협력사에 현지 업체가 ‘가짜 에탄올’을 납품하면서 발생했다. 공정에 인체에 무해한 에탄올을 사용해야 하는데, 현지 납품업체가 폭리를 취하기 위해 에탄올에 독성 물질인 메탄올을 다량 섞어 납품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지의 2차 협력사 직원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을 놓고 시민단체들이 삼성전자 본사에 와서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삼성전자에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원청 기업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2차 협력사가 자체적으로 현지 업체로부터 에탄올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일종의 ‘사기’를 당한 것이고, 원청이 직접 거래가 없는 2차 협력사가 납품 사기를 당하는 상황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메탄올은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이지만 에탄올과 육안이나 냄새로 구분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피해를 당한 2차 협력사는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해당 물질이 에탄올이라는 인증서인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s)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SDS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응급조치요령·취급방법 등 16가지 항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자료로,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된다.


베트남 현지 경찰도 에탄올에 메탄올을 섞어 납품한 현지 기업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제조 및 유통 경로를 추적 중이다. 원청인 삼성전자는 물론, 사고가 발생한 2차 협력사도 ‘피해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차 협력사가 고의로 메탄올을 섞어 공정에 사용했거나, 인증서를 확인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관리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서류까지 위조한 의도적 사기에 당한 것을 원청이 무슨 수로 책임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면 애꿎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낼 게 아니라 현지 시민단체와 연대를 통해 인명피해 원인인 납품사기 실태를 파헤치는 게 이치에 맞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의 기업 감시 역할은 분명 필요하지만,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기업 타깃 공세를 벌이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전시효과만 노릴 게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진정한 가해자를 밝혀내 재발을 막는 게 올바른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1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