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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⑩] 공무원연금 충당부채 1000조인데 뭘했나…英 개혁 사례 배워야


입력 2023.04.05 06:30 수정 2023.04.05 06:30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활동 지속할 동력 사실상 잃은 국회 특위

英, 이해당사자간 논의·합의로 개혁 이뤄내

50년간 연금 정부 순지출 40% 절감 성과

런던 빅 벤. ⓒ데일리안 DB

공무원연금은 수혜자가 매년 늘면서 연금충당부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93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금충당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국민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미 2000년 기금이 소진돼 재정수지 적자를 국고로 보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이러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연금개혁의 방향과 과제로 ‘직역연금의 재정 개혁’을 명시하고 공무원연금도 개혁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현재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서 국민연금도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핵심적인 수치를 다루는 모수개혁을 뺀 초안을 발표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까지 제대로 진행하기에 쉽지 않은 분위기다.


처음 기대와 달리 정치권에서 정부와 여야가 내년 총선 전 연금개혁에 들어가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국회 특위 활동도 지속할 동력을 사실상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예년과 다르지 않게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앞서 추진했던 공무원연금 개혁 사례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영국의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과 후속 조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공공 부문 연금 지출 절감, 민간 연금 제도와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15년 공무원연금을 개혁을 단행했다.


당시 영국은 기대수명 증가로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늘어났지만, 출산율 하락과 신규 공무원연금 가입자 감소로 연기금(연금을 지급하는 원천이 되는 기금)은 바닥이 났다. 공공부문 연금의 정부 재정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 육박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15년 국가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기존 공무원연금 제도보다 가입자 비용 부담이 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상향시킨 신규 제도(alpha)를 도입했다.


새로운 alpha 제도는 공무원연금 개시 연령을 높여 국가연금과 같도록 조정했다. 60세이던 공무원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18년까지 65세로 높이고, 국가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시기에 맞춰 공무원연금도 2020년까지 66세로 조정하도록 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다소 완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2년 영국 재무부가 발간한 보고서는 기존 제도(nuvos) 가입자들을 새 제도로 편입시키면서 2061~2062년(회계연도 기준)까지 연금 관련 정부 순지출이 40%가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영국 정부는 정년까지 13.5년 이하 남은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과도기적 예외 제도를 뒀다. 이러한 예외 제도는 신입 공무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추후 영국 항소법원도 이 같은 경과조치가 불법적인 연령 차별을 초래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나이와 가입일에 관계없이 2022년 3월 31일까지 기존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약 170억파운드(약 26조원)로 예상된다.


또하나 주목할 점은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로 이뤄낸 개혁이라는 점이다. 2015년 영국 국가공무원연금 개혁을 설계한 허튼 경은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논의’를 강조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인이므로 충분한 대화와 조정을 통한 합의가 없을 시 일방적인 개혁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했다.


영국 정부와 공무원 노동조합은 파업이라는 극단적 대치 상황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정부와 공무원 노동조합이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었고,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뤄냈다.


이와 같은 영국 사례는 개혁의 수용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의 중요함을 알려준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공적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의 관건은 사회적 합의인데,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개혁을 이뤄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영국의 공무원연금개혁 과정이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국민연금보다 오히려 개혁이 시급한 것은 직역연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재정 문제는 2057년 이후인 ‘미래형’인 반면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기금은 이미 수십 년째 적자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재정 문제는 2057년 이후인 ‘미래형’인 반면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기금은 이미 수십 년째 적자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며 “정부가 만성적자에 빠진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을 경우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국가 예산이 2021년 수급자 1인당 월 46만원에서 2040년 87만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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