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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소박한 '취임 1주년'…기강잡기·심기일전 다짐


입력 2023.05.11 00:30 수정 2023.05.11 00:30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취임 1주년 이벤트 없이 조용히…與지도부·국무위원 오찬

"2년차 국정, 경제·민생 중점…수출로 복합위기 돌파"

기자실 '깜짝 방문'도…"정확한 기사로 잘 이끌어달라"

'과감한 인사 조치' 발언 뒤 산업 2차관 전격 교체…장관 겨냥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서며 집권 2년차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정 기조에 안 맞으면 과감한 인사 조치'를 언급한 바로 다음 날인 이날 에너지·자원·원전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을 전격 교체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부 2차관에 임명했다. 새 산업정책비서관 자리는 박성택 정책조정비서관이 채우게 됐고, 공석인 정책조정비서관에는 최영해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부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공무원들이)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 정부의 국정 기조와 안 맞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열심히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더디거나 잘 나오지 않는다"며 "대통령 말씀은 지난 1년 동안 데리고 있어 봤으니, 이제는 국정 기조에 맞추지 못하는 공무원들을 설득해서 데리고 가려고 하지 말고,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장관들이 인사권을 통해 부처 장악력을 갖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라는 의미"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산업부 인사가 윤 대통령의 전날 과감한 인사 조치' 발언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제 대통령 말씀은 새 정부 2년차를 맞아 내각 분위기를 다잡자는 의미"라며 "꼭 특정한 인사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당 지도부,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들과 취임 1주년 기념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대선의 민심은 불공정과 비상식 등을 바로잡으라는 것이었고, 지난 1년은 잘못된 국정의 방향을 큰 틀에서 바로잡는 과정이었다"며 "2년차 국정은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살피는데 주안점을 두겠다. 외교의 중심도 경제에 두고 복합 위기를 수출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또 "기업가 정신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면서 노동 현장의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 위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배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물에 떠 있는 건지, 가는 건지 모른다. 속도가 더 나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국민들께서 변화와 개혁을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좀 모자랐는데, 2년 차에는 속도를 더 내서 국민들께서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년간 더 힘차게 협력해서 뛰어보자"고 격려했다.


오찬에는 잔치국수와 기정떡 두 조각, 과일 세 조각이 올랐다. 건배 음료는 포도 주스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임 1주년을 소박하게 보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오찬 메뉴가 소박했던 만큼, 식사 시간도 20여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오찬 후 지난 4일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 내 어린이야구장에 들러 어린이들의 야구 경기도 구경했다. 윤 대통령은 인천·세종 소재 초등학교 소속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에게 학년과 포지션 등을 물으며 "훌륭한 선수가 돼라"고 덕담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실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방향이 잘못되거나 속도가 좀 빠르거나 늦다 싶을 때 여러분께서 좋은 지적과 정확한 기사로서 정부를 잘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새로이 맞이하는 1년도 언론이 정확하게 잘 좀 짚어달라"고 했다.


다만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없었다. 최근 국빈 방미 때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도출하고, 도쿄 한일 정상회담 후 52일 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으로 12년 만의 셔틀 외교가 재개되는 등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를 부각하고 국정 현안에 관해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이 엄중한 만큼, 기자회견 등 이벤트성 취임 1주년 행사를 하는 것보다는 경제·외교·안보 등 시급한 국정현안을 챙기고, 내부적으로 집권 2년차 각오를 다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언론, 국민과의 소통 방법은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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