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이벤트 없이 조용히…與지도부·국무위원 오찬
"2년차 국정, 경제·민생 중점…수출로 복합위기 돌파"
기자실 '깜짝 방문'도…"정확한 기사로 잘 이끌어달라"
'과감한 인사 조치' 발언 뒤 산업 2차관 전격 교체…장관 겨냥 경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서며 집권 2년차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정 기조에 안 맞으면 과감한 인사 조치'를 언급한 바로 다음 날인 이날 에너지·자원·원전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을 전격 교체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부 2차관에 임명했다. 새 산업정책비서관 자리는 박성택 정책조정비서관이 채우게 됐고, 공석인 정책조정비서관에는 최영해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부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공무원들이)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 정부의 국정 기조와 안 맞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열심히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더디거나 잘 나오지 않는다"며 "대통령 말씀은 지난 1년 동안 데리고 있어 봤으니, 이제는 국정 기조에 맞추지 못하는 공무원들을 설득해서 데리고 가려고 하지 말고,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장관들이 인사권을 통해 부처 장악력을 갖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라는 의미"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산업부 인사가 윤 대통령의 전날 과감한 인사 조치' 발언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제 대통령 말씀은 새 정부 2년차를 맞아 내각 분위기를 다잡자는 의미"라며 "꼭 특정한 인사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당 지도부,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들과 취임 1주년 기념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대선의 민심은 불공정과 비상식 등을 바로잡으라는 것이었고, 지난 1년은 잘못된 국정의 방향을 큰 틀에서 바로잡는 과정이었다"며 "2년차 국정은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살피는데 주안점을 두겠다. 외교의 중심도 경제에 두고 복합 위기를 수출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또 "기업가 정신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면서 노동 현장의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 위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배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물에 떠 있는 건지, 가는 건지 모른다. 속도가 더 나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국민들께서 변화와 개혁을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좀 모자랐는데, 2년 차에는 속도를 더 내서 국민들께서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년간 더 힘차게 협력해서 뛰어보자"고 격려했다.
오찬에는 잔치국수와 기정떡 두 조각, 과일 세 조각이 올랐다. 건배 음료는 포도 주스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임 1주년을 소박하게 보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오찬 메뉴가 소박했던 만큼, 식사 시간도 20여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오찬 후 지난 4일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 내 어린이야구장에 들러 어린이들의 야구 경기도 구경했다. 윤 대통령은 인천·세종 소재 초등학교 소속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에게 학년과 포지션 등을 물으며 "훌륭한 선수가 돼라"고 덕담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실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방향이 잘못되거나 속도가 좀 빠르거나 늦다 싶을 때 여러분께서 좋은 지적과 정확한 기사로서 정부를 잘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새로이 맞이하는 1년도 언론이 정확하게 잘 좀 짚어달라"고 했다.
다만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없었다. 최근 국빈 방미 때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도출하고, 도쿄 한일 정상회담 후 52일 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으로 12년 만의 셔틀 외교가 재개되는 등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를 부각하고 국정 현안에 관해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이 엄중한 만큼, 기자회견 등 이벤트성 취임 1주년 행사를 하는 것보다는 경제·외교·안보 등 시급한 국정현안을 챙기고, 내부적으로 집권 2년차 각오를 다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언론, 국민과의 소통 방법은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