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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사직 김성문 부장검사 "몸은 가장 편했지만 마음 가장 불편, 내부비판 외면 안 돼"


입력 2023.05.22 16:46 수정 2023.05.22 16:49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법원 출신 간부들과 다른 의견 개진…간부회의서 제 의견 받아들여질 여지 많지 않아"

"수사 성과만이 공수처의 모든 문제 해결? 오히려 다른 문제 초래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비판적 보도 나오면 자신의 언행에 문제 없었는지 살펴야"

김성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장검사.ⓒ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사직하는 김성문 부장검사가 "공수처 근무 기간은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한 시기였다"며 "내부의 비판적 의견을 외면하고 기존 업무를 점검·평가하지 않으면 건강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22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른 수사기관과 관계 정립 ▲사건 수사와 처분 여부 ▲언론과 국회 대응 방향 ▲조직 운영 방향 등에서 법원 출신 간부들과 다른 의견을 개진해 온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 공수처 수뇌부인 김 처장과 여 차장은 판사 출신이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은 그런 방법으로 수사를 하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느냐', '검찰이 일부 언론과 짜고 공수처를 죽이려고 한다' 등의 말들이 수시로 오가는 간부회의 분위기에서 저의 다른 의견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공수처법에 있던 권한이 많이 축소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어렵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기존 형사사법체계의 틀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나 다른 기관을 무시 또는 적대시하는 듯한 태도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부장검사는 또 "검사·수사관의 사직이 잇따르던 지난해 여름 개선안 도출을 제안했지만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직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던 간부들의 목요 티타임도 없어져 그 무렵 사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의 업무 방향에 비판적인 저의 태도를 내부 총질이라던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내부의 비판적 의견을 외면하고 기존 업무를 점검·평가하지 않으면 건강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수사 성과만이 공수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행 공수처법이 수사 대상 범죄를 협소하게 규정하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수사 성과만 강조하면 오히려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 내부 분위기나 기밀과 무관한 일에 관한 보도를 보안과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비판적 보도에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야지 내부 일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끝으로 김 부장검사는 "더 이상 공수처에 기여할 바가 없다고 생각돼 저는 떠나지만,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부연했다.


2017년 2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2021년 4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용된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의 '원년 멤버'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같은 해 9월 수사2부장으로서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의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비수사부서인 인권수사정책관으로 사실상 좌천되자 올해 4월 사의를 표명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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