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 당시 도미노 철수에도 면세‧뷰티 등 中 의존도 커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활로 찾기 어려워
최근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재현 조짐이 일면서 식품‧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2016년 사드 사태 당시 많은 국내 식품‧유통기업들이 시장 철수를 단행했지만 패션‧뷰티, 면세 등 일부 산업은 여전히 중국 비중이 높은 탓이다.
가뜩이나 내수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해외사업 부진까지 겹칠 수 있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차단되고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등 2차 한한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지난 2016년 사드 갈등 당시처럼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최근 7개국(G7) 정상회의 등으로 한국과 중국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향후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드 사태 당시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표 유통기업은 물론 대기업 식품회사들도 줄줄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식품, 유통기업들이 많은 데다 화장품이나 면세기업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리온의 경우 주요 법인 중 중국 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 올 1분기 중국 법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와 비교해 각각 13.5%, 22.6% 줄었다.
최대 성수기인 '춘절'이 전년보다 열흘 가량 앞당겨지면서 관련 실적이 작년 4분기에 선반영된 영향이 크긴 하지만 비중이 가장 큰 중국 법인의 부진이 전체 실적 악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현지 파리바게뜨에 물류를 유통하는 상해SPC무역유한공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대비 각각 31.4%, 67.0% 감소했다.
중국 비중을 줄이기 위해 동남아나 미국, 유럽 등 매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 기간에 중국 시장 수준으로 키워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경기 침체, 소비 부진 등으로 내수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해외사업 마저 침체될 경우 마땅한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부담도 크다.
특히 중국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면세업계의 경우 하반기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이 확산되면서 동남아를 비롯해 관광객 입국이 늘고는 있지만 면세점 매출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매출을 유지했던 중국 보따리상의 경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수료를 낮추다 보니 매출 규모는 오히려 작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대기업 면세점 3사의 매출액은 작년 1분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 다만 수수료 경쟁이 완화되면서 3사 모두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현지 기업들의 태도가 급변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며 “올 초까지만 해도 해빙무드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게 돼 당황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