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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 유족에 '수수료 20%' 청구한 시민단체…"변호사법 위반" 지적


입력 2023.05.26 06:00 수정 2023.05.26 06: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11년 전 약정서 근거로 유족에게 요구

'제3자 변제' 반대했는데, 돈 나오자 표변

與 "폭력배의 갈취 행태…윤미향 향기도"

최재형 "속내는 피해자 받을 돈에 관심"

지난 3월 이른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 등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에게 한 시민단체가 판결금의 20%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고인이 된 피해자와 해당 단체가 11년 전 체결한 '피고(일본 기업)로부터 받은 돈 중 20%를 모임에 교부한다'는 내용의 약정서가 근거다. 더구나 해당 단체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반대하고도 정작 유족들이 판결금을 수령하자 일부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은 최근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고 보상금을 지급받은 피해자 유족에게 11년 전 작성한 약정서를 근거로 보상금의 20%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요구액은 10원 단위까지 챙긴 5126만2692원(수령액 2억5631만3458원)이었다.


공문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손해배상금·위자료·합의금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받은 돈 중 20%를 모임에 교부한다'는 11년 전 약정서와 함께 "선생님들은 금원 수령 권한과 더불어 어르신이 약정한 내용을 이행할 의무도 상속하셨다"며 "약정에 따라 지급하라"고 담겨 있었다. 해당 약정서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유족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판이 커지자 시민모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유족이 판결금을 수령했다는 내용을 통지받고 고인의 유지와 약정을 알린 것"이라면서 "소송 원고였던 고인의 소송 대리인으로서 고인과 맺은 약정을 소송을 승계한 유족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은 대리인으로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이자 의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폭력배의 갈취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족은 이 단체가 그간 무엇을 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11년 전 작성한 약정서로 수천만 원의 청구서를 받게 됐다"며 "시민의 이름으로 피해자를 위한 보상금과 후원금을 갈취하는 행태야말로 폭력배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장 대변인은 특히 "이 단체는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 명목으로 1억50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기부받아 6400만원을 사용했지만 정작 피해자 지원사업은 428만원이 전부이고 나머지 수천만 원은 인건비·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결국 428만원 지원사업을 위해 6000만원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무엇보다 시민모임이 그간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수수료 요구 공문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애당초 피해자 명예회복이 목적이 아니라 강제징용 사태 국면을 이어가며 단체의 생명을 보존하는 게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게 요지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피해자를 위한다던 이 단체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꾼 망국 해법'이라며 생존자 3명의 이름으로 정부 해법을 반대했다"며 "이들에게는 피해자의 명예와 피해회복은 목적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윤미향 의원처럼 자신들의 영향력과 이해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징용 사태가 해결되지 않길 바랬을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약정서가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감사원장을 역임했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약정서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돈 중 20%를 시민단체에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제3자의 변제로 받은 경우에는 위 약정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나아가 "소송지원과 약정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이기도 한다"며 "그렇다면 변호사법을 위반한 약정이어서 무효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받은 돈도 내놓으라고 내용증명까지 보낸 시민단체의 처사를 보면 속내는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보다 피해자들이 받을 돈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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