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6일 원윳값 협상
‘1리터 3000원’ 앞둔 우유…식품업계 부담
오는 8월부터 우유 관련 제품 가격 인상 주목
농식품부 “원유 인상 가공식품 영향 적을 것”
올해 8월부터 원윳값 1000원 시대가 찾아올 전망이다.
지난 1월부터 시행한 원유가격 결정 방식 개선으로 과거 대비 가격 인상 폭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사료비 인상·부산물 수입 감소 등으로 원유 기본가는 1100원 아래로 오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활용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원유값은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했다.
올해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본가격을 협상으로 결정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비 증감분 반영 비율을 다르게 적용해 원유 수급 상황에 따른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전년도 음용유(흰우유·발효유·유음료에 사용한 원유) 사용량 변화를 전전년도와 비교해 변동 폭 1.7%를 기준으로 ‘부족’, ‘적정’, ‘과잉’으로 나눈다. 지난해 음용유 사용량은 175만3000t으로 전년보다 1.6%(172만5000t) 감소해 ‘적정’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올해 협상 상한선에서 원유가격이 결정되더라도 제도개편 이전 최저 인상 폭보다 낮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생산비 연동제에서는 ℓ당 104~127원이 올라야 하지만 올해 협상 범위는 69~104원이다.
지난해 생산비가 116원(ℓ당) 상승했고 음용유 사용량이 1.6% 줄어 적정 범위(생산비 증가분 60~90%)에서 협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기본가격을 조정하면 올해 원윳값은 1065~1100원 사이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료값 폭등에 축산물 생산비 급등…대책 마련 나선 정부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ℓ(리터)당 959원으로 전년보다 13.7%(116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비 상승과 부산물 수입이 감소한 결과다. 특히 2개 비목이 우유 생산비 상승액 전체에 84.1%를 차지했다.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산유량 감소와 부산물(송아지) 산지가격 하락 탓에 152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37.2%(90만4000원) 줄었다. 우유 생산량은 1년 전보다 85ℓ 감소한 9270ℓ로 나타났다.
이처럼 낙농가 우유 생산비는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주요인이다.
낙농진흥회는 통계청 우유 생산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사로 구성된 협상 소위원회를 운영해 원유기본가격을 정한다. 올해 첫 가격협상 회의는 오는 9일 열린다.
협상 소위원회가 조정한 원유기본가격은 낙진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한다. 각 유업체는 원유가격을 개별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 낙진회가 결정한 원유 기본가를 준용한다.
국내 낙농산업은 불합리한 가격제도 운영으로 위축이 지속됐다. 또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 증감분 90~110%를 가격에 반영해 원유가 남는 상황에서도 높은 가격 상승 문제가 발생했다.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지난해 85.1㎏으로 2001년(63.9㎏)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이처럼 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은 감소해 유제품 자급률은 떨어졌다.
수요 감소에도 우윳값 계속 상승…리터당 ‘3천원’ 눈앞
원윳값 인상에 따라 식품업계 재룟값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우유 소비자 가격은 원윳값 인상분의 10배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ℓ당 2900원대인 우유 소비자 가격이 3000원을 넘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우유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1% 인상돼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흰 우유 1ℓ 편의점 평균 가격(서울우유·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은 3050원으로 처음 30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우윳값이 180원(ℓ당·서울우유 기준) 인상됐을 당시 주요 커피 전문점 라떼 평균 가격이 54.5원 올랐다.
유가공품,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는 우유 및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각각 94%, 59% 수준으로 높았다.
국내 원윳값, 美·EU 2배…해외 가격 결정 방식
우리나라 원윳값은 해외에 비해 비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비해 약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우유 생산비를 1~2년 단위로 원유가격에 반영한다. 통계청이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를 기준으로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누적 생산비 변동 폭이 ±4% 이상인 경우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유가격에 반영한다. 우유 생산비는 뒤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농가가 일정 기간 생산비 상승을 감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미국은 농무부(USDA)가 버터, 치즈 등 유제품 시장가격을 기초로 용도별(ClassⅠ~Ⅳ) 원유거래 최저가격을 산출한다.
매월 생산자단체와 유업체가 협상을 통해 원유값을 자율 결정하는 구조다. 지난해 원유가격은 5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원유가격지표를 참고해 분기별로 생산자·유업자단체가 원유가격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분기별로 수급상황을 고려해 시장에서 원유가격을 자율 결정한다. EU는 작년 원유값이 37% 올랐다.
국산 원유는 대부분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한다. 우유와 연유를 제외하면 수입산 사용 비중이 높다.
농식품부는 식품류에 원료로 사용하는 우유 비중이 작아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5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산업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가공유 생산확대를 통한 유가공품 원재료비 부담 완화와 생산비와 원유기본가격 격차 해소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