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에 밀려 고전, 가격경쟁력 잃어
해마다 남아도는 우유, '소비' 핵심 화두로 떠올라
라떼 만드는 커피 전문점 주요 채널로 새롭게 부상
유업계를 중심으로 우유소비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커피 프랜차이즈 공급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수입산과 비교해 갈수록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는 데다, 먹거리 마저 다양해지면서 해마다 남아 도는 우유를 소비하기 위해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상 커피 전문점들이 공급 받는 우유는 주로 연말 재계약 시점에 유업체별 납품 단가를 확인하고 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제품 퀄리티와 단가적인 측면 모두를 고려해 PB제품을 생산하고 비딩에 들어간다. 경쟁이 아닌 업체별 수의 계약 형태로 알려졌다.
B2C 우유시장의 축소가 B2B 사업 확장을 이끌었다. 우유를 안 마시면 큰일 나는 것으로 인식됐던 사회적 분위기가 변했고, 출산율 저하까지 겹치면서 가정에서의 우유 소비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kg에서 지난해 26kg까지 줄었다.
해마다 불안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소비자 외면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우유 가격보다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 제품이 대거 들어올 수 있고, 그만큼 타격도 더욱 커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면 커피 시장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존 커피문화는 커피의 맛보다는 식후 습관적으로 마시거나 대화를 위해 부수적으로 마시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커피의 원두나 추출방식을 확인하며 음용하는 문화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커피·음료점업(카페) 점포수는 9만9000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3년 평균 19%씩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국내 카페 수는 10만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학교 급식은 통상 조달청에서 하는데 카페는 수의계약을 하고 있어 업체별 MS 확보가 어렵다”면서도 “B2B 납품을 넓혀야 매출 확대의 기회가 되고, 한 번 익숙해진 입맛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단가 자체는 낮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유업계는 B2B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등이 라떼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우유를 수입산 제품으로 교체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흰우유 외에 소비자 입맛에 맞춰 식물성 유제품을 소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우유는 기존‧미거래처 담당자에 대한 주기적 연락을 통해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시장 트렌드 및 대상 업체 특성을 고려한 제품 스펙을 제안해 나가고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최적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요구하는 지방율에 맞춰 생산해 주고 있다.
매일유업은 카페 어메이징 오트를 앞세워 식물성 음료 사업의 매출 성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해 식물성 음료 사업 매출을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현재 10% 안팎에 불과한 B2B(기업 간 거래) 매출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국내 식물성 음료 시장은 2025년까지 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카페 어메이징 오트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아직은 친숙하지 않은 오트 제품을 알릴 계획이며 향후 주력 상품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남양유업은 B2B 업체별 브랜드 맞춤형 PB 제품 연구‧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체우유(플랜트밀크) 시장 확보를 위한 노력과 함께 카페에 기존 우유 납품외 원료형 음료 납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학급당 학생 수도 적어지고, 우유 음용을 희망하는 학생들 역시 매년 감소하고 있어 우유 소비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일반에서 소비되는 우유양은 줄어드는 반면 카페 등 특수처 경로에 쓰이는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특수처 경로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