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 7일 페이스북 통해 MBC인트라넷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 공유
"뉴스데스크, 대선 이틀 앞두고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 받아쓰기, 왜 사과 없나?"
"뉴스타파 신학림과 김만배 뒷돈 거래 후폭풍, 고스란히 MBC 기자들의 부끄러움 돼"
"국장·부장 지시로 리포트 만든 후배 기자들, 법적 책임마저 지게 될 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MBC인트라넷 사내 게시판에 MBC보도국이 지난 6년 간 해온 방송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한 글이 올라왔다"며 "지난 2017년 12월 최승호·박성제 체제가 언론노조 깃발을 쳐들고 MBC와 보도국에 승리의 점령군처럼 밀고 들어오기 전 제작 거부와 총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후배 기자의 일갈이었다"고 밝힌 후 아래와 같은 글을 공유했다.
왜 MBC 뉴스데스크는 검증 없는 김만배 인터뷰의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사과하지 않는 겁니까?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나온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 그리고 작년 3월 7일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한 뉴스데스크 보도가 결과적으로 어떤 정당에, 어떤 정치인에게 유리한 보도였는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왜 당시 그 시점에 이와 같은 기사를 보도했는지, 온갖 핑계에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려 하겠지만 솔직히 MBC 보도국에서 몇 달만 일해 봤다면 삼척동자라도 그 이유를 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객관성과 공정성, 불편부당성과 같은 저널리즘 준칙을 현저하게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보도였지만, 별다른 검증 절차는 커녕 그 뉘앙스마저 마치 사실인 양 단정적이었던 편향적 기사들. 그 결과 뉴스타파 신학림 전 전문위원과 김만배 씨의 뒷돈 거래 후폭풍은 고스란히 MBC 기자들의 부끄러움이 돼버렸고, 국장과 부장 지시로 리포트를 만든 후배 기자들은 자칫 그 법적 책임마저 지게 될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기서 진짜 궁금한 것은, 뉴스타파조차도 자사 보도와 관련해 어느 정도 사과를 한 마당에 이를 직접 취재한 것도 없이 무작정 받아서 확대 재생산한 MBC 뉴스데스크는 왜 사과 한마디 없느냐는 것이다. 복제 보도, 인용 보도이기 때문에 자체 검증 절차는 필요 없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그리고, 당시에도 검증 없는 무작정 보도로 지금 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해놓고, 어떻게 정파적인 허위 보도로 큰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더탐사와 같은 저질 인터넷 언론의 보도를 또다시 별다른 검증 절차도 없이 아직은 정파성에 더럽혀지지 않았을 후배들을 앞세워 보도할 수 있는 건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과 균형이란 가치를 추구한다는 MBC의 노조와 기자회는 왜 뉴스타파 인용 보도는 한마디 언급 없이 고전적 물타기 기사인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문제만 물고 늘어지는 겁니까? 제가 너무나 답이 뻔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가?
지난 5년은 MBC 노조와 기자회가 이른바 후견주의의 도구, 그 실행 메커니즘이라는 점을 명확히 증명한 시간이었다. 장기 파업 끝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공정 방송 실현 약속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민주당 편향 보도와 “딱 보니 1백만” 발언 등 불공정 시비가 5년 내내 잇따랐지만, 민실위는 개점 폐업 상태였다.
민주당이 집권하자마자 MBC 사장 선임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지 않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야당 시절 164명이나 동참해 내놓은 법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철회했을 때도, 민주당이 대선 패배 직후 학계와 언론계의 지난 20년간 특별다수제 논의를 일탈해 친 민주당과 친 노조 우호 지분을 구성해 법안 취지를 형해화하는 엉터리 법안을 만들었을 때도, 노조는 민주당의 시녀처럼 시키는 대로 따를 뿐 딱히 뭘 한 게 없다.
오히려 2012년 파업 때부터 목이 터져라 바꿔야 한다고 외쳤던 왜곡된 지배구조 속에서, 쏠쏠한 수혜를 누려왔던 건 아닌가? 그래서 노조원들에게 억대 재산 손실을 가져온 퇴직금 누진제 폐지도 사장 경영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서라면 제물로 삼을 수 있었던 건가? 특정 정파의 후견과 자신들의 지원으로 탄생한 노조위원장 출신 사장이 내려준 인사 혜택이 고스란히 집행부에 돌아가는 훈훈한 시스템을 누려왔기 때문인가?
노조는 어느새 정치부 출신 기자들의 경력 확장과 과거 이런저런 흠집 있는 기자들의 경력 세탁의 장소가 됐고, 올해 들어선 노조위원장 출신 사장을 세우기 위해 동료 노조원에 대한 마타도어도 서슴지 않는 무서운 집단으로 변했다. 이대로 도덕적 파산 상태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MBC와 노조를 기반으로 정파적 몸집을 불린 폴리널리스트들의 정치권 진출과 총선 출마도 잇따를 게 뻔히 보인다.
나는 오늘부로 특정 정파의 언론사 포획 도구가 돼버린 전국언론노조 MBC 지부와 그 들러리인 기자회를 탈퇴한다. 탈퇴 사유는 더 이상 정치 편향과 진영 논리에 빠진 후견주의 메커니즘의 부속품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 조직이 지금처럼 건재한 이상, MBC의 공정과 균형 보도는 절대로! 영원히! 달성될 수 없다는 진실을 지난 5년간 온몸으로 깨우쳤기 때문이다.
지난 23년의 긴 세월 동안, 그래도 선의를 가진 다수 노조원들로 구성된 MBC 노조가 언젠가는 공정하고 균형있는 저널리즘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믿어왔던 제 어리석음에 지금 이 순간, 가장 화가 난다. 더는 선의를 악용하는, 기자의 탈을 쓴 정치꾼들의 노름판에 판돈의 일부로 머물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