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나흘째...사태 발생 이후 증시 10일 첫 개장
고금리 장기화 조짐에 이달 들어 하락세 ‘뚜렷’
유가 급등에 에너지 인플레…커지는 불확실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악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악재가 될 만한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주말과 한글날 연휴로 사흘간 휴장한 국내 증시 개장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인한 여파가 어떻게 반영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유대 안식일인 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고 이스라엘도 보복 공격에 나섰다. 양측간의 무력충돌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인명 피해가 급증하는 등 중동이 다시 뜨거운 화약고가 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팔 충돌로 인한 중동정세 급변 양상이 국내 금융 시장과 증시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불확실성 증대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긴축 장기화에 따른 고금리 우려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6일 종가 2408.73)는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추석 명절 연휴 이후 개장한 지난 4일에 전 거래일 대비 2.41%(59.38포인트) 하락하는 등 24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코스닥지수(6일 종가 816.39)도 지난 5일 종가가 801.02까지 떨어지는 등 800선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중동 분쟁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매도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3거래일만에 벌써 1조23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대부분 코스피(-1조214억원)에 집중돼 있다.
국내 증시에 앞서 마감한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도 일단 강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197.07포인트(0.59%) 오른 3만3604.6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7.16포인트(0.63%) 높은 4335.6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2.90포인트(0.39%) 상승한 1만3484.24에 거래를 마쳤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해 국제 유가가 4%대의 급등세를 보였지만 지수가 상승한 것은 이날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이 날 전미실물경제협회 연설에서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여건 긴축을 인지하고 향후 정책 방향 평가시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최근 국채 금리 상승으로 고조됐던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분쟁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고 이는 국제 유가 상승을 초래해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위축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분쟁의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산유국이 아닌 만큼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이란이 가담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의 영향이 단기적으로 그칠 수 있겠지만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공격하고 중기적으로 미국과 이란간 대리전으로 치달을 경우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어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관련 증거가 나올 경우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불가피한 데 이 경우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인 이란의 수출이 중단될 수 있어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의 강경한 긴축 기조가 확대될 수 있으며 주식과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도 “이번 전쟁은 이-팔, 사우디-이스라엘 간의 정치적 이슈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천연가스 개발과 동지중해 해상가스관 등을 둘러싼 에너지 패권 다툼도 일부 상존해 있고 에너지 관점에서 중동의 이슈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며 “이-팔 전쟁이 미국의 에너지 인플레 진압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