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쏘렌토 잘 팔려봐야…기아 노조, 12일부터 6일간 줄파업


입력 2023.10.11 10:20 수정 2023.10.11 10:2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사측 퇴직자 재고용 1+1 제시에…노조 "무조건 정년 연장"

사측 고용세습 조항 폐지 전제로 300명 신규채용…노조 "못 바꿔"

쏘렌토 인기로 완성차 유일 판매성장…노조 파업에 '역성장' 우려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 전경.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아가 12일부터 노조 파업으로 하루 8~12시간씩 가동을 중단한다.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내수 시장 판매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유일하게 노조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하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형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는 전날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4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한 뒤 지부쟁의행위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고 12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12일과 13일, 17일과 19일에는 1직(오전조)과 2직(오후조)가 각 4시간 조기 퇴근 방식으로 하루 8시간 파업을 벌인다. 18일에는 근무시간 중간에 4시간씩 가동을 멈추고 파업선포식을 진행한다. 20일에는 파업 강도를 높여 1‧2직 각 6시간씩 조기퇴근으로 12시간 파업한다. 6일간 파업이 모두 이뤄질 경우 총 파업 시간은 52시간에 달한다.


노조는 교섭이 있는 날은 정상 근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 월요일인 16일 파업 일정을 비워놓은 것으로 볼 때 이날 사측과 추가 교섭을 진행한 뒤 결과에 따라 17일 이후 파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사측은 기존 제시안에 자사주 34주 지급과 베테랑(퇴직자 재고용) 1+1(1년 근무 후 1년 연장)을 추가한 일괄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기존 제시한 임금성 제시안은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300%+800만원, 특별 격려금 250만원, 생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재래상품권 25만원 등이었다. 280여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까지 포함해 모두 현대차와 동일한 조건이다.


앞서 사측은 연간 최대 200명, 5년간 최대 1000명의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해외 봉사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아 주니어 글로벌 봉사단’ 운영, 700실 규모 최신시설 기숙사 신축, 사원아파트 운영 개선 등 직원 복지 개선안도 제시한 바 있다.


사회적 합의도 안된 정년연장 고집…고용세습 조항 폐지는 '버티기'


임금성 측면에서는 더 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는 노사 모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장기 교섭을 이어가고 있는 기아가 조기 교섭 타결을 이룬 현대차보다 좋은 조건에 합의할 경우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사간 쟁점은 ‘정년연장’과 ‘고용세습 조항 삭제’다. 노조는 사측이 고용세습 조항을 담은 단체협약(단협) 27조 개정을 요구하면서 정년연장, 신규인원 채용 규모 확대, 미래 고용확보를 위한 신사업‧신공장 확대, 조합원 복지 확대 등에서는 만족할 만한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 사측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며 정년연장 관련법 개정시 협의 후 시행토록 하는 대신 베테랑 1+1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시점을 고려한 64세까지 정년 연장을 고집하고 있다.


신규채용은 고용세습 조항 삭제와 연관돼 있다. 사측은 조합원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내용의 단협 27조 개정을 전제로 연말까지 3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단협 개정을 거부하면서 신규채용 규모도 300명보다 더 늘려 무조건적으로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고용세습 조항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 훼손이 심각한데다, 지난 5월 최준영 대표이사가 고용노동부에 불려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법규 위반 부담까지 지고 있어 개선이 절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고용세습 조항 유지를 고수하는 것을 두고 ‘사측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더 큰 것을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1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애스톤하우스에서 기아 '더 뉴 쏘렌토' 포토 미디어데이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파업으로 신차효과 날릴 수도


6일간 총 52시간에 달하는 파업이 예정대로 단행될 경우 회사로서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소비심리 위축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부진을 보인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기아만 판매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실적은 총 10만5386대로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했다. 여름휴가로 조업일수가 적었던 8월과 비교해도 0.1% 감소한 실적이다. 한국GM과 KG 모빌리티, 르노자동차코리아 등 중견 3사는 30~60% 수준의 판매실적 감소를 보였고 현대차 내수판매도 5.3%나 줄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기아는 전년 대비 11.0% 증가한 4만4123대를 판매했다.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신차 효과를 발휘하며 1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RV 라인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할’ 상황에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에 발목이 잡힐 상황이다. 자칫하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기아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11월 출시 예정인 인기 미니밴 카니발과 대표 중형 세단 K5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신차 출시 이후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지 못한다면 신차 효과가 희석될 여지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년 연장과 같은 일개 기업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을 놓고 파업을 벌인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노조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사측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